리처드 뮬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중성미자 및 핵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로봇을 상용화할 수 있는 마이크로모터를 개발했다. 뮬러 교수는 온라인 강의로도 유명하다. 200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학생들이 뽑은 최고 명강의로 선정된 그의 수업은 팟캐스트와 유튜브 교육(youtube.com/edu)에서 누구든지 들을 수 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테러리즘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온난화 같은 이슈를 다룬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온라인 강의가 낳은 스타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 명문 대학들은 무료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듀크대 노스웨스턴대 워싱턴대 등 10개 명문 대학은 2013년 가을 학기부터 학비(4000달러)를 받고 학점을 인정하는 온라인 학기를 공동으로 운영한다. 대학교육의 개념을 바꾸는 획기적 변화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평균수명 90세를 바라보는 지금 20대 초반에 얻은 학위증서 하나에 기대어 평생을 살아가려다가는 세상의 흐름에 뒤질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들도 재학생만을 위한 지식 전수 기능에서 벗어나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강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교수들이 강의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잘 가르치기 경쟁’이 붙어 강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들이 외부인을 상대로 한 무료 온라인 강의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일대일 맞춤교육, 취업지원 등 다른 교육서비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울대가 총동창회(회장 임광수)의 지원을 받아 교수강의 동영상 개발을 촉진하기로 했다. 서울대의 강의 공개는 질 높은 평생교육을 원하는 일반인에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교수들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2010년부터 인터넷에서 공개된 울산대 강의는 인기몰이 중이다. 울산대 홈페이지에는 “대학의 경쟁력은 명성이 아니라 강의 실력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빌 게이츠 재단은 지난주 13개 대학에 모두 300만 달러의 온라인 교육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뮬러나 샌델을 능가하는 온라인 스타교수가 한국에서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