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이 검찰의 현영희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의원의 구속이 기각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법원은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구속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국회에 먼저 체포동의안을 보낸다. 국회는 사건 기록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한다. 이번에 국회는 쇄신 차원에서 검찰의 법적 판단을 믿고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법원이 실질심사 끝에 기각한 것이므로 혼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부산지법의 영장심사도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 현 의원은 4·11총선을 앞두고 당시 수행비서를 통해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공천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법은 앞서 조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면 검찰이 현 의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같은 법원에서 같은 사건에 대해 어느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맡느냐에 따라 구속과 불구속의 희비가 갈렸다. 이러니 ‘로또 영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형사재판에서 불구속이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불가피하게 구속을 한다면 구속 여부에 대해 상당한 예측가능성은 있어야 한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언제부터인가 예측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검사나 변호사들도 “예측을 할 수가 없다”고 불평할 정도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나 나중에 판결로 법정 구속되는 피의자가 2007년 전후로 2배가량 늘어났다. 법정에서 실형 판결이 내려질 사안이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에서 법원은 최고재무담당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연거푸 기각했고 이에 항의해 전도유망한 담당 검사가 사표를 냈다. 결국 김승연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영장 발부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공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속영장 때문에 국회의 쇄신 의지가 좌절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래서야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선뜻 통과시켜 줄 수 있겠는가. 그동안 검찰은 ‘영장항고제’, 법원은 ‘보석조건부 영장제’ 도입을 주장했다. 검찰과 법원도 자기만 옳다고 할 게 아니라 구속영장 처리를 둘러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