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수원에 ‘안전의식 높여라’ 주문한 IAEA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설계수명(30년)을 넘겨 연장 운영을 하다 정전(停電) 사고로 멈춰선 고리1호기의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발전소 설비상태는 양호하지만 안전문화가 안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IAEA의 점검 결과는 앞서 실시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밀진단 결과와 비슷하다. 그러나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해이와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을 아프게 지적했다. 안전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시돼야 할 원전에서 정전 은폐와 핵심 부품 빼돌리기, 납품 대가 뇌물수수가 있었다. 한수원의 대오각성과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반핵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이 IAEA의 안전점검 결과에 대해 한수원과 IAEA가 ‘짜고 친 고스톱’이라며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부산 기장군 일부 주민이 국내 안전점검은 못 믿겠다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IAEA와 같은 국제기구가 안전성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IAEA의 안전점검이 비상전원 계통에 치중됐고 조사기간(8일)이 짧았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IAEA는 원자력 이용 및 안전과 관련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다. 환경운동연합이 IAEA를 ‘핵산업계의 이익에 복무하는 핵 마피아’라고 몰아붙인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IAEA가 우리 정부나 한수원이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거나 사전각본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믿을 수 없는 발표를 하는 것은 환경운동연합이다. 이 단체는 고리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만 85만 명이고 대다수가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괴담 수준의 모의실험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도 갑상샘 암을 제외한 다른 암 발생률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과 달리 방사능 누출을 막는 격납용기가 있다. 위험을 과장해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켜선 안 된다.

고리1호기의 재가동 여부는 향후 한국의 원전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안전성이야말로 고리1호기 재가동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원전의 안전성에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원전 운영 능력과 안전의식 등 소프트웨어적 안전성도 중요하다. 원전설비가 양호하다고 판정했다고 IAEA가 정전 은폐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한수원이 원전 운영과 안전의식에 대한 믿음을 사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수원#안전의식#IAE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