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속 투명 망토 호기심에 과학자 길 걷게 됐죠”

  • 동아일보

네이처에 논문 2건 동시 게재
‘메타표면’ 연구 이끈 김주훈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구조로 ‘투명 망토’ 현실서도 구현 가능
“여러 분야 사람과 토론하며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 얻어”

김주훈 포스텍 기계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김주훈 포스텍 기계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학부 2학년 때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투명 망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 게 진짜 있을까 싶어 학부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있더라고요. 그런데 크기가 너무 작고 가격이 비싸서 속으로 조금 실망했어요. 규모를 키우기만 하면 네이처에 논문을 쓸 수 있다는 연구실 선배 말에 혹해 메타표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서 만난 김주훈 포스텍 기계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자신이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15일(현지 시간), 22일(현지 시간) 잇따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두 편에 모두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연구원이 속한 노준석 포스텍 기계·화학·전기전자공학과 및 융합대학원 교수팀이 메타표면 연구 성과를 2주 연속 네이처에 게재하면서다.

● 메타렌즈 숙제, 양산·응용연구 동시에 결실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인기 소설 ‘해리포터’의 세계관에는 두르면 몸이나 물체가 투명하게 보이도록 숨기는 투명 망토가 등장한다. 상상 속에만 있는 물건처럼 느껴지지만 메타표면으로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개념이다. 메타표면은 표면에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미세한 패턴이 있어 빛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얇은 구조를 말한다.

메타표면은 곡면 없이도 렌즈처럼 빛을 굴절하거나 특정한 색의 빛만 반사하는 등 빛 제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스마트폰의 ‘카툭튀’처럼 두꺼운 렌즈에 의존하는 기존 고전광학의 한계를 돌파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메타표면의 숙제는 양산성을 높이고 활용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메타표면으로 구현한 렌즈인 메타렌즈의 개당 가격은 6년 전 기준으로 500만 원에 달했다. 또 생산한 메타렌즈를 상용 장치에 적절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

15일 네이처에 공개된 연구 성과는 메타렌즈를 마치 신문을 인쇄하듯 초당 300개 이상의 속도로 찍어낼 수 있는 공정 기술이다. 생산 속도를 혁신하고 단가를 개당 5000원 미만 수준으로 줄였다. 22일 발표된 연구 성과는 메타렌즈를 평면 디스플레이 표면에 설치해 2차원(2D)과 3차원(3D) 영상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응용 기술이다.

김 연구원은 “제가 박사과정에서 집중했던 메타렌즈의 ‘대량생산’과 ‘활용’이라는 두 갈래가 동시에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두 연구 결과는 온라인 공개 시기가 다르지만 한 권(이슈)에 함께 실린다. 김 연구원은 “한 분야의 연구로 네이처에 연구 성과 2건이 동시에 실린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시광선을 다루는 메타렌즈는 저희 연구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향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장비 구현에 먼저 활용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토의 즐겨”

김 연구원은 이번 성과의 비결에 대해 “평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토의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 노 교수의 연구실 소속 학생은 약 70명으로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등 학과 수만 10여 개에 달한다.

김 연구원은 “결국 연구라는 건 제가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합쳐 시너지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산 기술 개발 성과도 대량생산 장비 기술을 보유한 성균관대 연구팀과의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기억에 남는 협력 사례로는 뉴질랜드 연구팀과 함께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공개한 메타표면 기반 식품용 라벨 개발을 꼽았다.

그는 “독립 연구자가 되고 싶다”며 “현재는 기존 컴퓨팅의 정보 전달 방식과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메타표면 기반의 광컴퓨팅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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