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주장 ‘박근혜 종북 행보’ 朴 측 석명 불가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북한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을 향해 연일 “종북 행태를 까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공개질문장에서 “박근혜만 봐도 2002년 5월 장군님을 접견하고 주체사상탑 등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을 모두 공개하면 까무러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종북 논쟁에서 검증의 도마에 올려야 할 기본 인물은 박근혜”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의 북한 내 행적을 빌미로 우리 대통령선거에 전방위로 끼어드는 모양새다.

남한의 야권이 종북주의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자 북한은 남한 내 우호 세력이 위축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통합진보당의 주체사상파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그들의 종북 행적에 대한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 발언으로 민주당에도 종북 논쟁의 불씨가 튀었다. 북한이 이른바 ‘연북 통일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한의 여권을 향해 역(逆)종북 공세를 펴는 데서 북한 정권의 위기감과 초조함이 묻어난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최근 “(박 전 위원장은) 2002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에는 왜 갔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 전 위원장이 2002년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있을 때 방북 행적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대변인의 주장과 북한의 이번 협박 공세가 일맥상통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북한인권법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공격한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는 북한의 내정 간섭 발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

우리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대화와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다. 남한 인사들이 북한 정권 인사들과 만나 외교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싸잡아 종북적 행태라고 할 수는 없다. 종북주의는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에서 처음 불거진 용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어긋나는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열악한 인권, 핵 개발 등에 동조하는 것이 종북이다.

북한은 가당치 않은 협박을 일삼지 말고 공개할 것이 있다면 다 공개하라. 북한은 주로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하는 양상이다. 박 전 위원장도 2002년 방북 당시 여러 행보에 대해 국민에게 분명하게 석명(釋明)할 필요가 있다.
#사설#종북#박근혜#박근혜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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