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병규]한국도 경기부양책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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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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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각국이 경기부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제 형편이 가장 어려운 유럽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고, 미국 역시 ‘제3차 양적 완화’ 정책을 검토 중이다. 경기 급강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중국은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세계 경제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양책은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방안을 찾는 일은 바람직한 정책 대응 자세라고 본다. 답답한 것은 사전적으로 활용할 부양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도 기준금리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더욱 늘리는 효과만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 경기를 활성화하려다 오히려 경제 전체를 부실덩어리로 만들 잠재적 화근만 키우는 꼴이 된다.

정부 지출을 추가로 늘리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추경은 이제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아니다. 추경예산 편성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극심한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만 추경이 가능하다. 국내 경제가 올해 적어도 3%대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스페인의 국채 발행 성공 등으로 유로존 사태도 점차 진정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덜렁 추경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이전에는 서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노력을 했으나 이 역시 주택가격 거품 형성에 대한 우려로 실현이 힘든 정책 방안이 돼버렸다. 앞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이로 인해 유럽과 세계 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것이 확실시되기까지는,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경기부양책은 사실상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갈수록 시들해지는 국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돈을 푸는 물적 경기부양책 추진이 당장 어렵다면 경제 의욕을 살리는 ‘심리적 경기부양책’이라도 우선 제시해야 한다. 일단 세계 경제 불안에 대응하는 ‘상시위기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설령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된다고 해도 유럽 경제의 위기 양상은 간헐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의 막대한 재정과 금융 부실이 말끔히 해소되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계 경제 여건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정책당국의 의연한 모습과 신속한 대응능력을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아진다.

다음으로는 경제 활동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최대한 북돋아야 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 속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큰 곳은 생사기로에 서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는 만큼이나 기업의 경제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기업간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기업 화합과 통합을 유도하는 ‘플러스 섬’ 기업 정책의 추진이 절실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와 간섭을 획기적으로 철폐하고, 기업 역할을 존중하며 지원하는 풍토를 만들어 기업의 투지와 사기를 최고조로 높여야 한다. 합리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무분별하고 편향적인 재정 지출로 인한 근로 의욕 상실과 계층 간 갈등 확산도 막아야 한다. 특권층의 부정부패를 엄단하고 능력에 따라 공정한 대접을 받는 활기찬 경제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돈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심리적 경기부양책’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시론#유병규#유럽 경제위기#경제 불안#불황#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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