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안철수 지지에 담긴 뜻’ 安은 정말 모르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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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정치부 기자
이승헌 정치부 기자
“저에 대한 지지에 담긴 뜻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면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지난달 30일 오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특강이 열린 부산대 경암체육관. 안 원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또다시 특유의 애매하고 형이상학적인 답변을 내놓자 3000여 명이 들어찬 방청석 곳곳에서 답답해하는 표정이 보였다. 일각에선 한숨 소리도 들렸다. 가장 최근의 특강(4월 4일 경북대)에서 밝힌 “(대선은) 주어지는 것”이란 발언과 다를 게 없는 추상적인 얘기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강연 주제와 관련해선 “복지, 정의, 평화가 3가지 중요한 과제”라며 역시 이전 특강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소개했다.

경남 김해시에서 직접 차를 몰고 왔다는 50대 자영업자 김모 씨는 강연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는 “안 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런데 말만 꼬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복지, 정의 이런 게 중요한 줄 누가 모르느냐”고 말했다. 부산대에 다닌다는 박모 씨(23)도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것은 중고교생도 안다. 이젠 안 원장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대책이 있는지 답해야 할 때”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안 원장 입장에선 정치 지형이 몇 개월 전과 달라진 만큼 출마 시점을 놓고 좀 더 주판알을 튕겨야 할 수도 있다. 대선에 나서고 싶어도 지금은 통합진보당 사태 등으로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날 안 원장은 평소 강연과는 달리 주요 현안에 대한 답변을 미리 쪽지에 적어와 읽었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안 원장과 가까운 김효석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편협하게 나가서 어떻게 안 원장의 정책이나 노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겠느냐”며 안 원장을 두둔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환경과 시점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도 없는 게 정치의 또 다른 속성이다. 지켜보는 국민을 지치게 하는 ‘안철수식 숙고’는 적어도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는 대선을 앞두고선 미덕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안 원장이 30일 강연에서 밝힌 ‘저에 대한 지지에 담긴 뜻’에는 ‘안철수 파이팅’ 외에 ‘당신이 대선 주자로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국민의 물음도 담겨 있는 것이다. 벌써 6월이다.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까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승헌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안철수#2012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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