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장영수]국회의석 판도는 국민 다수의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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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었다. 이 꽃을 보며 승리를 자축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도 있을 것이고, 선전한 것을 위안 삼으며 4년 후를 기약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꽃의 색깔과 모양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초박빙으로 진행되던 개표 결과가 결국 각 당의 의석수로 집계돼 나타났지만,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까지 들여다보면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마치 신탁을 받고 풀이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해석의 어려움은 국민의 의견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하나로 모아지기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선거 결과가 전체 국민의 판단이 아니라 다수의 선택이라는 점 때문에 엇갈리는 분석과 주장, 심지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억지해석까지 등장한다. 물론 선거에서는 다수의 결정이 국민 전체의 결정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수와 소수의 의사가 어떻게 나누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분석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선거 전략을 위해서뿐 아니라, 향후의 국정 운영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강조돼야 할 점은 어떤 사항도 우연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1%만 높았더라면, 날씨가 조금 달랐더라면, 최근 어떤 사건만 없었더라면…. 이런저런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당락이 뒤바뀐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과를 바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체 의석의 판도는 그런 우연의 결합에 의한 나비효과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인정해야 한다.

선거결과서 국민 희망 읽어내야

다수가 항상 민주적인 것도 아니고,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수결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더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만장일치로 결정할 수 없는 바에야 소수의 독재보다는 다수의 지배가 더 낫다. 그러한 다수의 결정, 다수의 선택은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

선거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로 해석하여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민심이 미묘하게 나타난 부분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럴 때 여당도 자만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야당도 이번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결이 정당성을 100%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 결과가 항상 올바르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공약을 비롯한 각종 쟁점에 대한 심사숙고도 필요하고, 소수자의 보호를 위한 장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다. 불법 선거운동에 의한 왜곡이 있었다면 모르되 정상적으로 표현된 국민 의사를 폄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선거 결과를 국민 의사의 정확한 표현으로 인정하는 전제하에 비로소 선거 결과를 통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읽어낼 수 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들이 표심을 잡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 각종 비리 의혹 등이 정작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각 정당이 낸 정책 대안들의 내실에 대한 평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국민의 투표 수준은 이미 선진국 못지않다.

국민들은 지역구에서 인물과 정당을 고려하면서 투표했지만, 정당투표에서는 견제심리가 적지 않게 발동한 것도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런 결과가 오히려 대통령 선거에서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대야소의 정국을 원하는 국민도 있지만 여소야대 속의 강화된 견제를 원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총선 승리, 대선서 역효과 낼 수도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 패턴과 대통령 선거의 투표 패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3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는 집단적 대표로서 그 내부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다시금 다수의 형성이 필요하다. 뛰어난 인물이라 하더라도 다수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도 지역구 선거에서조차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반면에 대통령 선거는 소속 정당이 어디냐보다 개인에 대한 평가가 우선될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회와 달리 개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열린우리당이 창당됐던 것처럼 새로운 지원세력 형성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끝났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의 의미와 한계를 국민 다수의 시각에서 찬찬히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마치 신전에서 신탁을 풀이하듯이.

장영수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선거#국민#정치인#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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