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함정에 빠진 오바마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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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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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4·11총선을 앞둔 한국처럼 북한에서는 11일 노동당 대표자회가, 13일 최고인민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말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이번에 당과 국가의 최고지도자에 취임해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를 주재한다.

예상 밖인 것은 북한이 2월 미북 예비회담에서 합의했음에도 12∼16일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한 점이다. 양국은 핵실험과 영변에서의 핵활동(우라늄 농축), ‘장거리 미사일 발사’만 합의했을 뿐 인공위성 발사 중지는 합의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사태인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이 보여 온 불가사의한 ‘속임수’가 비로소 실체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해도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라늄 농축 정지 등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12월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북 접촉에서 돌연 태도를 바꿔 1년간 다달이 2만 t씩 영양보조식품을 제공받는 대가로 우라늄 농축 정지를 받아들였다. 이후 낙관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예정됐던 제3차 미북 예비회담이 개최되지 못했지만 2개월 후에 열린 회담에서 북한은 유연한 태도를 이어갔고 결국 합의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예비회담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북한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런 표현이 적절치 않다면 쌍방은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도 전에 너무 ‘성급한 출발’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이런 점을 정확히 간파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정지, 다시 말해 핵 불확산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에 치우친 나머지 미국 측 대표는 ‘주관적인 낙관론’에 빠져버린 게 아닐까.

현재 북한은 작은 게임과 큰 게임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와 별개로 우라늄 농축 정지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는 지속해 마치 미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위성 발사를 묵인하면 그대로 우라늄 농축을 중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작은 게임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성 발사가 설령 미북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2009년 6월)에는 명백한 위반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해 유엔 제재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다 해도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음을 확인하는 의장성명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안보리 의장국은 미국이다.

그렇다면 영양보조식품 제공이 취소되고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되면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답은 이미 2009년 4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5월 안보리 의장성명이라는 전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북한은 ①자주적인 우주이용의 권리를 계속 행사한다 ②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 ③자위적인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곧이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것이 큰 게임이다.

그럼 버락 오바마 정권을 화나게 만든 김정은 정권은 이제 미북교섭이나 6자회담을 단념한 것일까. 아마도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6자회담도 미북교섭에도 응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내년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고위급 남북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회담도 줄줄이 재개될 것이다.

우리는 장기적인 전략을 가진 무서운 상대와 대치하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바마#북한#최고인민회의#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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