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봉사 활동가에게 필요한 현실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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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회의에 참석하거나 대학을 방문해보면 아마도 선(善)을 행하는 멋진 청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외국에서 1년 동안 공부했고, 세계의 가난한 지역을 여행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커다란 목적에 자기 자신을 바치고 있다.

이 청년들은 종종 값싼 정수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은 사회적기업 프로젝트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멋진 봉사정신은 시대의 도덕적 기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봉사 신조는 약간의 결함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결함은 많은 사회적기업이 정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적기업들은 정치 과정에 대한 믿음을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며, 진정한 변화는 정치 아래에서 일어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법 규칙이 없거나 탐욕스러운 지배계급 아래에선 사회적기업들의 업적은 그리 대단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의견은 항상 맞선다. 논쟁을 해결할 건전한 정치 과정이 없다면 논쟁 이후의 증오와 갈등은 이타주의자들이 만들려고 애쓰는 것들을 파괴할 것이다. 정치 과정 없는 사회 과정은 거의 없다.

두 번째 결함은 봉사 신조가 무질서의 문제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많은 행동가는 더 많은 관심과 연민, 자원을 투입하면 마치 세계가 치유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역사는 이런 가정에 친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가난과 고통은 질서의 와해로부터 온다. 안정적인 사회 질서는 인위적인 업적으로 습관, 허세, 도덕적 제약, 신체적 강압이 축적된 결과이다. 일단 질서가 무너지면 회복시키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기업들은 전문적 치안유지 활동이나 엄격한 행동 기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들은 소액융자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야기해 더 많은 희망을 부추긴다.

요약하면 부패, 취약성, 무질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좋은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동가들에게 대실 해밋(미국 추리소설가)이나 레이먼드 챈들러(미국 추리소설가)의 책이나 이들의 책을 각색한 영화를 권하고 싶다.

‘몰타의 매’(해밋의 원작을 바탕으로 1941년 제작된 누아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샘 스페이드는 미국의 한 세대를 위한 모델을 제시했다.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들은 취약성, 부패, 무질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도덕적 현실주의자다. 이들은 사회계급 간의 차별을 만들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신과 같은 사설탐정과 그가 쫓는 범죄자들 사이의 일시적인 도덕적 차별만을 만든다.

세상은 종종 악행을 보상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의무가 따른다. 세상이 부패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이런 세계관은 한 세대가 범죄, 부패, 파시즘, 공산주의와 마주칠 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누아르 영화의 도덕적 현실주의는 오늘날 도덕적 기풍에 대한 멋진 보충물이 될 것이다. 현실주의는 봉사정신의 고집을 조금 꺾게 하는 대신에 질서와 법칙이라는 핵심 이슈에 주의를 기울이게 할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계의눈#데이비드브룩스#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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