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우파, 분열까지 하면 필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지난해 12월 6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뭉쳐 통합진보당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정당인 시민통합당, 그리고 일부 시민사회 및 노동 세력이 합쳐져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진보좌파 진영의 두 갈래 소(小)통합이다. 이들은 대(大)통합을 목표로 정강정책을 조율하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연대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보좌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도 연대의 결과였다. ‘보수우파는 부패, 진보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철지난 구문(舊聞)이 될 판이다.

무소속이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최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정부 국회 지방 가운데 지방 권력이 먼저 진보좌파의 수중에 넘어간 셈이다. 반면에 보수우파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에 이어 최근 박세일 씨 주도로 창당된 ‘국민생각’으로까지 분화(分化)했다.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인 새누리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사실상 박근혜당(黨)화하면서 ‘MB 정부 실세’ 또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이 심하다.

공천 결과에 따라서는 이번 총선이 보수우파 후보들끼리의 난타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만으로도 새누리당을 이기는 판세다. 하물며 진보좌파가 선거연대를 이루고 보수우파는 분열하는 구도라면 보수우파의 필패(必敗)는 자명한 일이다. 3당 합당과 DJP(김대중-김종필)연합에서 보듯 보수우파든 진보좌파든 혼자서는 정권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이회창 씨는 보수우파의 분열을 극복하지 못해 두 번이나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총선에서 연대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23일 인사차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보수우파 총선 연대와 관련해 “추구하는 가치라든가 방향이 같다면 얼마든지 같이할 수 있으며,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보수우파가 ‘제 밥그릇 챙기기’ 욕심을 버려야만 진보좌파에 맞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대의(大義)를 세울 수 있다. 새누리당의 쇄신을 넘어 보수우파의 연대 또는 통합에 성공할지는 박 위원장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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