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시위 멍석 깔아주고 ‘종로서장 自作劇’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반(反)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위대의 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이 ‘자작극(自作劇)’이라고 주장했다. 박 서장이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폭행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경찰이 꼼수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서장을 폭행한 시위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나무라지 않고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려 한 서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공당(公黨)의 태도가 아니다.

박 서장은 진압복이 아닌 정복 차림으로 아무 방비 없이 시위대열에 있는 야당 정치인들을 만나러 가다가 집단폭행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물대포나 최루탄을 쏘지도 않았다. 박 서장이 시위대를 자극해 폭력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허위 날조일 뿐 아니라 반FTA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면죄부를 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 간부를 집단폭행하고 자작극 운운하는 행태는 남한에 도발을 저지르고도 발뺌하는 북한의 생떼를 닮았다. 북한은 우리 군(軍)의 연례 훈련을 구실로 연평도를 포격해 인명을 살상하고도 사과는커녕 ‘남조선이 자초한 군사 충돌’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박 서장을 폭행한 용의자들 중에는 상습 시위꾼들이 끼어 있다. 올해 8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주한 미국대사 차량에 물통을 던진 사람도 있고, 2009년 용산 참사 관련 시위를 주도한 시위꾼도 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 이후 서울 한복판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FTA 집회에서는 시위꾼들이 일반 시민 참석자들을 조직적으로 몰고 다니며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를 유발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집회에 앞장선 정치인들은 시위꾼들의 폭력과 선동에 멍석을 깔아주고 있는 꼴이다.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반FTA 집회에는 700여 명이 참가했다. 박 서장 폭행사건이 발생했던 26일 집회 때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한미 FTA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국민이 많은 데다 박 서장 폭행사건에 대한 거부감이 겹쳐 반대 집회의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럴수록 전문 시위꾼들은 국민의 관심을 끌어낼 목적으로 폭력행위의 강도를 더욱 높여갈 공산이 크다. 경찰서장이 시위대에게 얻어맞는 나라에서 공권력이 바로 설 수는 없다. 거리에서 법과 원칙이 무너지면 야권이 정권을 잡더라도 나라를 통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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