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는 하천변에 10만 t가량의 빗물저류조를 만들어 수질오염 방지, 시민의 삶의 질 향상, 국지성 호우 피해 방지 효과를 누린다는 일석삼조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은 수십만 t짜리 대규모 빗물저류조를 만들어 홍수 방지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적인 방안에서 여러 개의 소규모 저류조로 나누어 다목적으로 사용한다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로서 시민의 입장에서는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같은 크기의 저류조라도 하천변이 아니라 산 중턱에 만들면 수자원 확보와 소방용수 확보, 에너지 절약 등을 추가한 일석육조가 가능하다. 빗물의 수질과 강우 패턴, 그리고 하천변에 만들었을 때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빗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으면 매우 깨끗하기 때문에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소방용수 등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비가 땅에 떨어져서 멀리 갈수록 점점 오염물질이 많아져서 홍수 방지 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수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류에서 빗물을 모으는 것이 더 낫다.
여름에 비가 와서 저류조가 꽉 차 있는데 또 비가 오면 이 저류조는 있으나 마나이다. 이것을 퍼낼 곳도 없고 처리해서 내보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빗물펌프장과 마찬가지로 비싼 시설을 만들어 놓고 1년 중 사용하는 날은 여름 한 철뿐이다. 봄이나 가을에 적게 오는 비는 고려 대상이 아니므로 가동효율은 매우 낮다.
하수처리장에 이송하여 처리하는 계획도 무리다. 하수처리장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200ppm 정도의 아주 높은 농도의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설계돼 있다. 여기에 저농도의 빗물을 넣는 것은 유지관리비의 증가는 물론이고 운전할 때 어려운 점이 발생한다.
홍수 방지 효과를 봐도 하천변에 둔 저류조로는 도심지역의 하수도가 침수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높은 곳에 설치하면 하류의 홍수를 막아주지만 낮은 곳에 설치한다고 해서 높은 마을의 홍수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산지가 많다. 산 위에 떨어지는 빗물은 양도 많고 오염된 것도 별로 없다. 같은 용량의 저류조를 하천변 대신 산 중턱에 만들면 부가적으로 수자원 확보, 소방용수 확보, 위치에너지 이용 등의 여러 가지 목적을 더 달성할 수 있다. 국가 소유의 산지에 만들면 토지 매입비용도 적게 든다. 깨끗한 물을 모아 두니 어느 용도에나 쓸 수 있다.
빗물저류조를 하천변에 만들면 공사비가 많이 든다. 건설비가 t당 100만 원 이상 들고, 그 외에 매년 펌프 가동비용과 처리비용 등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만약 상류에 둔다면 그 절반의 가격으로 만들 수 있고 펌프나 처리비용은 전혀 들지 않고도 수자원 확보, 소방용수 확보, 수돗물 운송 에너지 절감 등의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형적 기후적 특성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빗물시설을 만들 수 있다.
빗물을 관리할 때 지금까지 해왔던 수량만을 생각한 홍수 방지용 저류조에서 벗어나 수량과 수질, 그리고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다목적의 빗물저류조를 설치해 사용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비한 미래형 물관리 시책으로 칭찬할 만하다. 다만 하천변에 만드는 대신 상류에 만든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돈을 적게 들이고 빗물순환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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