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대학원장의 ‘이미지 협찬’ 정치겸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무소속 후보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 원장은 지난달 6일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계획을 접고 대신 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나는 이제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졸지에 박 후보의 지지율이 5%에서 50%로 수직 상승했다. 안 원장이 다시 박 후보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이미지 협찬’을 통해 박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태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안 원장은 현재 국립대 교수 신분이다. 공무원과 달리 대학교수의 선거 지원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 신분으로 정치의 영역과 상아탑을 오가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폴리페서(polifessor)’가 비판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안 원장은 서울대 교수의 지위를 누리면서 박 후보에 대한 이미지 협찬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박원순 카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불씨를 살려나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안 원장의 지지 선언이 박 후보 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안 원장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대학원장의 정치겸업은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안 원장은 박 후보에 관한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정치 신인에 대한 검증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공인(公人)의 책무를 이해하지 못한 태도다. 안 원장도 정치에 본격 뛰어든다면 정치 입문에 따르는 호된 신고식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안 원장이 박 후보를 천거한 이후 이번에 다시 지지 선언을 할 때까지 표출된 박 후보에 관한 의혹과 자질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노인을 투표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개탄스러운 일이다.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인 서울시 어느 구청의 경우 복지회관 노인들을 25∼27일 단풍놀이에 보내기로 해 서울시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부모님이 서울시장 선거일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효도관광을 예약해 드렸다’는 한 트위터 팔로어에게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짜 효자’라는 답을 남겼다는 소동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전쟁과 가난을 이겨내고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든 어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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