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경실]‘김장훈法’에 재능 기부도 포함해야

  • 동아일보

박경실 파고다아카데미 회장
박경실 파고다아카데미 회장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방 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식 기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기업체 간부를 위해 만든 유료 동영상 콘텐츠인 세리프로(SERIPRO)를 2년간 해마다 5만 개 기업씩, 총 10만 개 기업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정적 지역적 한계로 직원 교육이 쉽지 않았던 지방 소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범현대가 오너들이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5000억 원을 출연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사재 5000억 원을 내놓는 등 봇물 터지듯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기부행위에 대해 정치권이 반응을 내놓았다. 평소 기부활동을 열심히 한 기부자가 생활이 궁핍해졌을 경우 지원하는 명예기부자법안(가칭), 일명 ‘김장훈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30억 원 이상 거액 기부자가 몇 명이나 될 것이고 그들 가운데 노후에 생활이 궁핍해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최근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는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물이나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로 다변화하고 있다. 기부문화의 다양성에 비춰볼 때 이번 법안은 기부금이라는 ‘돈’에 국한된 편협한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남을 위해 기부하는 국민을 예우하고 기부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마땅히 기업이나 재능을 베푼 사람도 예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럴 경우 대상자 선정이 복잡해지는 등 법 집행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큰 목적을 위해 대상자 범위나 예우 방법 등을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와 소통을 확대하는 측면이 크다. 개인의 재능 기부는 단체를 통한 기부보다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한층 더 직접적이고 수평적이라는 면에서도 장려할 만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양로원이나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돼 주고 예의범절을 배움으로써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대학생들은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학습 도우미로 도움을 주고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변호사나 의사는 무료 법률상담이나 무료 진료를, 가수나 연주자는 무료 공연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파고다어학원은 대학생을 선발해 사회복지시설 아동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지식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식봉사단 대학생들에게는 어학원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보답을 하고 있다. 몇몇 파고다 직원은 탈북자 출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등을 가르친다. 비록 소규모 나눔 행사지만 기부자나 수혜자의 행복감은 짧은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재능 기부의 주체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하는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더불어 살아간다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일반인에게 30억 원은 너무 멀고 크게 느껴진다. 모처럼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기부자에 대한 예우와 기부문화 장려가 더욱더 다양한 기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기부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경실 파고다아카데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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