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은 기존 표준어인 ‘자장면’과 함께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19세기 말 한국에 처음 등장한 ‘짜장면’은 실제 생활에서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1986년 개정한 외래어 표기법과 1999년 국립국어원이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장면’으로 표기돼 정부의 국어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립국어원은 이 밖에도 ‘먹거리’ ‘허접쓰레기’ ‘개발새발’ ‘간지럽히다’ 등 그동안 표준어에서 제외됐던 우리말 39개를 새로 인정했다. 표준어 제정 기준인 ‘국민이 공통적으로 쓰는 현대 서울말’을 충족하는 어휘들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확대는 잘한 일이다. 복수 표준어로 추가된 어휘와 기존 표준어를 비교해보면 오히려 기존 표준어 쪽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새로 추가된 ‘남사스럽다’의 원래 표준어인 ‘남우세스럽다’, ‘쌉싸름하다’의 기존 표준어인 ‘쌉싸래하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복수 표준어 인정은 지난해 2월부터 추진했으나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고 대상 어휘도 극소수에 그쳤다.
국어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의 기반이다. 이번에 추가된 ‘내음(냄새)’ ‘나래(날개)’ ‘흙담(토담)’ ‘뜨락(뜰)’ 같은 어휘들은 우리말의 다양성을 살리고 국어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앞으로 표준어로 확대돼야 할 우리말들이 많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확대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의 표준어 제정이 국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주도력을 갖지 못할 경우 표준어 전체가 외면당하고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비속어 축약어 등 국어의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방송 언어에서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는 현실도 시정돼야 한다. 다양성과 품격을 갖춘 국어 보급과 순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국어 정책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펴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