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은지]韓 ‘무한도전’ vs 日 ‘불꽃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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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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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지 문화부 기자
강은지 문화부 기자
MBC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해 1월 방송한 ‘한일 여자복서 경기편’을 보던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무한도전’의 주선으로 세계복싱협회(WBA)여자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선수가 일본 쓰바사 덴쿠 선수를 맞아 방어전을 치르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예의 ‘한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탈북자 출신인 최 선수는 스폰서가 없어 2차 방어전을 치르지 못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해야 할 처지였다. 일본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의 생활은 어려웠다. 쓰바사 선수는 가정집을 훈련장으로 개조해 어렵게 연습해온 헝그리 복서였다. 10라운드까지 처절한 경기가 이어지는 동안 시청자들은 “누굴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마음을 졸였다.

최 선수의 판정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은 챔피언 벨트를 지켜낸 최 선수뿐만 아니라 “한 번도 내 경기를 못 보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펀치를 날렸다”는 쓰바사 선수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시청자 게시판엔 “쓰바사 선수를 응원했다” “쓰바사 선수의 특집을 만들면 좋겠다”는 응원의 글이 올라왔고, 쓰바사 선수는 “태어난 나라는 다르지만 여러분의 따뜻한 말씀을 자극제로 삼아 매일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간이 흐른 뒤 지난달 3일 일본 지상파 방송 TBS의 오락 프로 ‘불꽃체육회’는 한일 격투기 선수들의 경기를 방송했는데 그야말로 피 튀는 한일전이 돼버렸다. 한국의 여자 격투기 선수인 임수정은 보호구 없이 3명의 ‘준프로급’ 일본 남자 개그맨들을 상대로 실전에 가까운 경기를 치렀고, 사정없이 뻗어 나오는 발차기와 펀치, 니킥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TBS 측은 “대회가 실전이라는 걸 설명했고 임수정도 이에 동의했다”고 해명했으나 임 선수는 “서로 약속된 상황에서 연출되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온라인은 이미 일본을 성토하는 글들로 끓어오른 상태다. 누리꾼들은 “그게 스포츠이고 버라이어티냐” “일본 지진 피해자를 걱정했던 게 후회된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10일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이 사건이야말로 경제대국 일본에 감춰진 폭력성과 야만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한일전이었지만 ‘무한도전’은 무한 감동을 주었고, ‘불꽃체육회’는 불꽃 튀는 설전만 남겼다.

강은지 문화부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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