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정미경]한미 FTA 빨리 통과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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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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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매슈 레드먼드 씨(21)는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 다니는 흑인 대학생이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그는 장래 취업을 위해 로스쿨에 진학해야 할지 고민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신인 그는 집 근처에 한인 커뮤니티가 있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실업이 최대 고민인 미국에서 일자리를 크게 늘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 FTA가 빨리 비준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는 한미 FTA에 대해 아는 미국인이 별로 없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FTA가 체결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의회에서 비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레드먼드 씨는 올 4월 자신의 지역구 의원인 벤저민 카딘 상원의원과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에게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지난달 27일에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 촉구 풀뿌리 로비의 날’ 행사에 참가했다. 그는 한인 100여 명과 함께 200명의 상하원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FTA 조기 비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 6월 워싱턴에서는 주미 한국대사관 주최로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인 4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 칼라 존스 주의회협의체(ALEC) 국제 및 연방정부 담당국장(45·여)이 연사로 나섰다. 그가 먼저 대사관 측에 연설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연단에 오른 것은 유대인 커뮤니티의 로비 노하우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유대인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존스 국장은 한미 FTA가 의회에서 빨리 통과되려면 유대인 커뮤니티의 활동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의 공감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대인의 전략은 유대인이나 이스라엘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이슈로 만드는 것입니다.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미국 제품 점유율이 유럽에 추월당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면 결국 미국 경제가 손해를 본다는 메시지가 미국인들에게 전달돼야 합니다.”

한미 FTA 비준안이 8월 미 의회 휴회 전에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9월 통과를 낙관했지만 통상 9월 의회는 내년 예산안 처리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대선 정국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FTA 같은 민감한 현안은 의원들이 다루기 껄끄러워한다.

미 상무부와 농무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내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 통상소위원장의 좀 더 낙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만 28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한미 FTA 비준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지만 일부 농업단체를 제외하고는 미국 내에서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부부채 한도 증액 협상 같은 주요 어젠다에 밀려 FTA는 미국인들의 관심권 밖이다.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이 정치권과 관련 업계를 넘어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로 확대돼야 의회에 대한 비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존스 국장은 “미국에서 한미 FTA에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관심 있는 사람은 대부분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주미대사관이 개설한 ‘한미 FTA 온라인 액션’ 사이트에는 1만5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대부분 재미 한인들이지만 10% 정도는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이다. 더 많은 ‘매슈’와 ‘칼라’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한 대미(對美) FTA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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