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부실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은 말할 것도 없이 시중은행의 PF대출 부실률도 20%에 육박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PF금융 대출 부실 문제가 일반 서민금융 전반에까지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국내 경제 문제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건설회사가 단 한 건의 부동산 개발사업에 PF금융 보증을 섰다가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일시에 유동성 위기에 처해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PF금융 부실문제 해결과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부실채권 매입, 배드뱅크 설립 등 여러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였으나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방안들은 금융권의 부실화된 문제들을 잠정적으로 덮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실이 더 악화돼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PF금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PF 개발사업의 사후 단계가 아닌 프로젝트사업이 시작되는 사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부실을 차단하는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즉 프로젝트사업의 주관자이며 채무자인 사업의 시행자(Developer)의 자격 요건과 신분이 엄격히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소위 시행회사라는 사업자는 토지 소유자와 체결한 가계약서나 동의서 등을 가지고 설계사무소에서 작성한 가설계 및 사업 계획서 등을 기초로 건설 시공회사를 찾아다니며 PF금융 대출의 보증 여부를 탐색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건설회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여 의향서를 면밀한 검토 없이 토지의 PF금융을 전제로 하여 작성해 주고, 시행자는 건설회사의 참여 의향서를 가지고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토지 매입대금 등 초기자금(브리지론) 대출의향서를 받아낸다. 이때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 건설사의 PF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지급보증이 수락되면 그 보증을 담보로 하여 수백억∼수천억 원의 대출이 이뤄진다.
이런 구도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사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본금 5000만 원짜리 시행회사가 수백억∼수천억 원을 대출받고 시공사가 보증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사업구조다. 최소한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시행사만 PF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확고한 대출규제가 필요하다.
둘째, PF금융 개발사업의 사업성 검토와 집행의 전문화 및 객관화된 법적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PF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종국에는 모든 책임을 시공회사가 떠안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주관자이며 주 채무자인 시행회사는 명색만 주인일 뿐 사업의 책임을 갖는 사업 주체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사업성 검토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는 건설회사는 리스크 분담을 위해 개발사업에 대한 명확한 평가능력을 키워야 하는데도 입지 분석, 부동산 마케팅, 도시계획 등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회계법인이나 컨설팅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PF금융 대출이 집행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 의견과 사업관리회사(PM회사) 및 공사감리 관리회사(CM회사)의 인증이 있어야만 사업비가 지출되고 공사비가 은행에서 집행된다. 이것은 부동산 PF가 이처럼 시공사의 보증에만 의존해 진행되다 보니 시공사의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업이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는 구도를 사전에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끝으로 PF금융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행자가 사업의 원본인 토지를 위탁하여 시행사와 시공회사, 금융권, 신탁회사 간의 리스크가 균등하게 분산돼 헤지되는 신탁회사의 개발형 토지신탁 상품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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