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은미]봉사단원은 예능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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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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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
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경쟁해 살아남지 않으면 도태되고, 그 과정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모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경쟁을 뚫고 ‘합격한’ 기성 가수들의 경쟁은 초심으로 돌아가 선배도 후배도 없이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또 이를 지켜보는 관중의 평가 결과가 뻔하지 않고 스릴 만점이어서 보는 이들에게 일요일의 무료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쾌감을 준다. 사회에서는 가끔 불공정한 경쟁이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가수’ 같은 프로그램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공정한 면도 보여주고 있다.

오디션 통해 관심 끌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무상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봉사단원을 ‘나가수’를 방영하는 방송사와 공개 생존경쟁식으로 뽑기로 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형태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려되는 점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한국국제협력단은 아마도 이런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힘입어 하나의 통합 브랜드인 ‘World Friends Korea’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닐 한국의 봉사단원을 뽑으면서 전 국민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더 나아가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봉사단원으로 참여하고 싶게 유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원조를 받던 한국이 이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고, 또 올해 11월 말에는 부산에서 아시아 최초로 ‘부산세계원조총회’를 개최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보다 더 의미 있게 선진국이 되어 가는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봉사단원을 TV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뽑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

봉사단원은 우선 세계인을 향한 ‘봉사와 헌신’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세계의 오지를 다니고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하고 존경 어린 마음가짐을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마음가짐을 일회성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 누가 이들을 평가할 수 있을까? 이들을 잘 모르는 평가단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그들의 마음가짐을 간파하고 ‘좋은 봉사단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만약 뉴스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재미와 극적인 반전도 있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봉사단원이 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던 참가자들이 혹여 마음의 상처를 받고 후에 봉사단원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어지진 않을까?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위급한 상황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능력은 ‘나가수’ 같은 포맷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시니어 봉사단원들처럼 몸은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뛰어난 사람도 잘 알아볼 수 있을까?

봉사정신마저 경쟁에 내몰려서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원조의 모습도 좋고,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경쟁심을 자극해 봉사단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고취시켜 많은 사람이 봉사단원에 지원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순수해야 할 봉사단원들이 무한 자본주의적 경쟁에 내몰리거나, 남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존중해야 하는 봉사단원들이 이기기 급급하여 다른 경쟁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거나, 경쟁을 하기 힘든 나이 든 봉사단원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단순한 재미와 흥미를 위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세계를 향한 우리 국민의 봉사의 마음을 잘 살려 더 많은 국민이 호응하고 참여하는, 원조를 참 잘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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