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찬권]北의 국지도발 가능성 커지는데 민방위 대비태세는 제역할 못해

  • 동아일보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남북 간 비밀접촉 사실 폭로에 이어 군사적 공격 위협을 끊임없이 남발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 이에 우리는 북한이 현상 타파를 위해 국지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하여 군사 대비 태세는 물론이고 민방위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 민방위제도는 연평도 포격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같이 중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소방방재청은 민방위제도 선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여전히 국민들은 민방위 기능 발휘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현 민방위제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우선, 민방위기본법은 위기 대응에 필요한 기본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모법(母法)으로서의 기능이 미흡하다. 국지도발 시 민방위기본법만으로 대응이 미흡하고 다른 법률과 상충 시 법 적용 우선순위와 상호 연계성이 모호하다.

둘째, 기획과 집행 기능이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 능력이 미약하다. 셋째, 민방위 중장기 전략 부재로 대피시설과 비축물자 확보 등을 하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넷째, 민방위 훈련이 국민 편의를 빌미로 훈련규모를 축소하고 느슨한 훈련 통제로 유명무실한 훈련으로 전락하였다. 다섯째, 평면적이고 고식적인 대국민 홍보와 내용 전파로 위기의 직접적인 이해상관자(stakeholder)인 공공기관과 기업체,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미흡하다.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관장의 의사결정 보좌, 정책 및 훈련기법 개발 등이 제한되어 관성적인 업무 행태가 만연해 있다.

이 같은 현행 민방위제도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의 국지도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는커녕 피해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복합적 위기상황 발생 시 모법 역할을 하도록 민방위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각종 위기상황에 유연한 법 적용이 가능하고 대응활동 때 각 기관과 요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협력에 필수인 표준화(Standardization)원칙이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획과 집행조직을 일원화하고 허약한 지자체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을 개정하여 업무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셋째, 민방위 중장기 전략기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연차별로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넷째, 민방위 훈련을 실제 훈련 위주로 전환하고 민관군이 통합해 일사불란한 훈련 통제 아래 강도 높게 실시해야 한다. 다섯째, 대국민 홍보와 경보 전파도 정보화시대에 부합되게 스마트폰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홍보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기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끝으로 위기관리 전문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고 이들을 각급 행정기관과 기업체 등에 보직시켜 민방위 등 위기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상존하는 지금이야말로 환골탈태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민방위제도를 뜯어고쳐 국민의 안전과 주권 보호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민방위 업무의 가치는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 주권과 국민의 안전한 삶 보장이라는 신성한 책무 완수를 위해 국가는 파수꾼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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