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진보정당 통합 합의문에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한다’는 표현을 넣자는 진보신당의 요구를 “분단의 이분법”이라며 반대했다. 민노당의 종북(從北)주의는 뿌리가 깊다. 민노당은 지난해 9월 북한의 3대 세습이 공식화하자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른바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고 얼버무렸다. 수령 독재에 반대하지 않고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인류보편의 가치에 눈감은 퇴행적 수구(守舊)다.
민노당은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는 체제 내의 정당이라기보다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 같은 길을 걸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선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조작설을 고수했다. 북한 핵 보유에 대해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편들었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 민노당이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선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도 유독 북한 노동자 농민의 인권 유린에는 이상한 잣대를 들이댄다.
2007년 대통령선거 이후 북한의 주체사상과 수령주의를 비판하던 노회찬 심상정 씨 등 민중민주주의(PD)계열 세력은 2008년 민노당과 결별하고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진보신당은 3월 27일 정기 당대회에서 ‘북한 핵과 3대 세습 반대’를 천명했다. 종북주의 노선에 대한 분명한 선 긋기였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북을 비판한다고 해서 북을 대화와 통일의 상대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눈치만 살피는 민노당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나 진보적 가치에 비춰 보더라도 진보신당이 민노당보다는 나은 정당이다.
야권에선 내년 대선을 계기로 각 정파가 참여하는 연립정권 건설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민노당은 3∼4%의 지지율을 앞세워 야권 통합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 한다. 종북주의를 걸러내지 못하는 야권 통합이나 연대 논의는 국가 정체성을 무시한 야합일뿐더러 현명한 득표 전략인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