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하]‘100인 복지포럼’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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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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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동아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100인 복지포럼이 6일 출범식을 하고 첫 세미나를 열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복지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냐 분배냐, 보편이냐 선별이냐 식의 이분법적 거대담론으로는 국민의 복지 욕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복지 요구 커지는데 난제 수두룩

복지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 미래에 대한 논의 이전에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제도 시행 10년을 넘어서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부양의무자의 존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데도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수급 빈곤층이 상당수 존재한다. 근로 유인의 부족으로 한번 수급자가 되면 탈수급이 어려운 구조 등으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부가 아니면 전무가 되는 현재 급여체계의 개선문제 등에 상당한 이견이 존재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0년 현재 국민의료비가 7% 수준에 이르고 진료비의 급속한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는가 하면, 의존할 데 없는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 적정 의료인력, 보험수가와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 제고, 약가 리베이트 근절, 약국 외 의약품 판매, 영리병원 도입 등 얽히고설킨 난제를 풀지 못하면 보건의료의 미래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정책을 내년에 차질 없이 시행하려면 인력이나 재원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매듭지어야 하고, 자율형 혹은 공공형 어린이집 등 새롭게 시도되는 각종 정책도 시범사업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밖에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연계 문제,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문제 등도 해답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진 외국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재된 행정편의적, 공급자 위주로 짜인 복지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입능력이 있는 사람 위주의 갹출제 원칙이 고수되면서 제도 도입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저소득 자영자, 비정규직 근로자, 전업주부 등 상당수 국민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되고 있다. 근로자 위주의 고용보험 아래에서는 자영자의 경우 사업에 실패하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고, 산재보험 역시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배상책임만 강조하다 상당수 국민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면 당사자나 유가족이 일시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해결이 난망하다. 또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누수 없는 복지 전달체계 구축도 해묵은 과제다.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 지혜 모아야

더욱이 평균수명 연장과 심각한 저출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있어 현재의 빈약한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조차 재정적으로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는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복지의 책임을 정부에 모두 전가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 기업, 가족, 그리고 각 개인이 각각의 책임영역을 명확히 하고 100년을 넘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복잡하고 민감한 난제들 하나하나에 대해 미래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바로 100인 복지포럼에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일 것이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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