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건보료 정산 폭탄’ 발표, 선거 뒤로 미루려 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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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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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교육복지부
우경임 교육복지부
25일이 월급날인 직장인 중에는 이달의 명세서를 보고 어리둥절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분 건강보험료가 사후 정산되면서 월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4월 월급날 전에 건보료 정산 사실을 알려왔지만 올해는 달랐다. 4·27 재·보선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 정부가 민심 악화를 우려해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번에 추가 징수한 건보료는 1조6477억 원. 2004년 이후 사상 최대 액수다. 경제위기에 이은 경기 호황으로 월급이나 상여금이 늘어난 근로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678만 명이 평균 12만1500원씩을 더 냈다니 ‘건보료 폭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당초 복지부는 22일 지난해 직장가입자 건보료 정산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산 작업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돌연 보도자료 배포를 28일로 연기했다.

‘윗선’ 개입 여부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건보료가 급증하면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있을 수 있으니 발표를 미루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는 26일 건보료 정산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부랴부랴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고경석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이번 건보료 정산 보도자료 배포 연기에 대해 당정협의나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며 “올해부터 4대 보험 징수 통합으로 데이터 양이 폭증해 정산이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업에 대한 최종 건보료 고지서 발송이 26일부터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취재 결과, 일선 기업들의 건보료 정산 절차는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기업들은 이미 건보공단에 근로자들의 연소득과 근무월수를 통보했다. 건보공단이 확인 작업을 거쳐 기업들에 최종 건보료를 통보한 것도 지난달 31일 완료됐고 이달 25일 월급에 반영됐다. 고지서를 인쇄하고 송부하는 작업도 19∼26일 이뤄졌다. 기업 담당자들은 “올해 일정이 특별히 늦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강도 높은 건보 재정 절감 정책이 시행되자 의료계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보장성 확대 계획을 줄줄이 발표해 놓고 이제 와서 병원에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쌈짓돈처럼 쓰기도 한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예산이 부족해지자 국고로 지원하던 차상위 계층을 건강보험에 떠넘긴 예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정치 개입이 없다고 해명하기 전에 이 같은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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