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윤원]또다른 상하이 스캔들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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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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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원 중앙대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황윤원 중앙대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자신의 아내와 상하이총영사관 직원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조사해 달라는 현지인의 진정서에 전국이 들썩거렸던 ‘상하이 스캔들’의 전모가 밝혀졌다. 국익 차원에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정책적 시사점이 적지 않다. 상하이 스캔들은 한마디로 스파이사건이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사건’이라는 것이다.

공직비리 처벌 제도 확립부터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됐던 ‘음모론’과 ‘조작설’은 불식시켰지만, 영사들의 비위와 정보 유출은 사실로 확인됐다. 제보 이래 수차례 국내 조사와 관계 부처 정부합동조사단이 현지 조사까지 벌인 결과이니 일단 발표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와서 조사의 진실성을 비롯한 총리실 합동조사 자체를 불신하는 주장은 자칫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심쩍은 구석이 여전히 남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특히 사건의 실체인 덩신밍 씨와 용의자로 지목된 영사에 대한 조사 및 국가기밀 유출의 개연성이 높은 정권 실세들의 연락처 유출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점이 그 첫 번째이다. 또한 업무 협조 차원이라 해도 신분도 확실하지 않은 여성과 개별적 술자리를 가지면서 자료 유출을 한 것을 단순히 영사들의 공직기강 해이로만 돌리기에는 어쩐지 찜찜하다. 유출자료 19건 모두 국가기밀 자료는 아니라고 하지만, 외교관의 신상명세서나 비상연락망이 돌발사태 시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영사관의 리더십 부재로 초래된 구성원 간 갈등 문제도 해당 권역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다른 지역 공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지난 사건의 논란에 매달리기보다는 향후 방지책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첫째로 공직윤리 강화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총리실은 이번 사건에서 관련 영사 10여 명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해당 부처에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총리실 권한으로는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제한된 제도적 권한으로 그나마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한 합동조사단의 노고를 오히려 평가해야 한다. 그러니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사란 윤리규정 위반자 적발 시 기껏해야 처벌 권유가 고작이다. 한걸음 나아가 수사를 통해 엄중한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총리실의 단순 조사와 권유만으로는 고도의 공직윤리를 추상같이 담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윤리 실천은 도덕적 임의사항이 아니라 법률적 강제이행 규정으로 바꾸는 장치가 그래서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파견 직원도 제대로 업무 가르쳐야

둘째, 영사관 인력의 종합교육훈련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각 부처 파견 직원들의 영사업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부처 간 집단이기주의는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한 행정의 고질적 병폐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사업무는 다양한 부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업무의 통합운영시스템과 이에 걸맞은 교육훈련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셋째, 현지 언어나 문화 등 최소한의 현지 대응 역량이 구비되지 않은 인력에 대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 병폐를 해소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추었다면 개방형 인사라도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의 영사업무에 대한 전문성 검증 절차는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상하이 스캔들에서처럼 정체불명의 로비스트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려 하는, 구차하고 어처구니없는 외교로부터 환골탈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윤원 중앙대 교수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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