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인배]소통을 통한 1초 경영의 미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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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최근 블로그 소통이 화제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으로 실시간 아이디어 제안과 공유가 가능해지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기업경쟁력으로 연결된다며 여기저기서 떠들썩하다. 그러나 최첨단 소통 채널만 따르는 것이 진정한 소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애플의 도약에는 스티브 잡스의 소통이 있었다. 잡스의 애칭은 ‘최고경청자(Top listener)’다. 최고경영자(CEO)보다 훨씬 정감이 있다. 고객과 소통해야 시장의 숨은 니즈(needs)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아이폰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잡스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잡스는 고객들의 문의 e메일에 직접 답하기로 유명하다. 고객들은 잡스의 답변 e메일을 돌려보며 열광한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그 힘은 대단하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전망치를 훌쩍 넘어서는 267억4000만 달러의 매출과 64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5%, 90% 늘어난 것이다. 애플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한 것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등 휴일 기간에 불티나게 팔려나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덕분이라고 언론들은 풀이했다. 그러나 애플의 급성장은 수백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한 제품의 힘 이전에 최고경청자가 세상과 나눈 소통의 힘 덕분 아닐까.

필자가 2008년 10월 한국전기안전공사 CEO로 취임한 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300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했다. 직장 소통, 경영자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숙제다. 특히 공기업 사장은 ‘잠시 있다가 떠나는 철새’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주 임원들과 톱 미팅(Top meeting)과 티타임을 가졌고 직원들과는 연찬회(硏鑽會)를 했다. 지난해부터 CEO와 직원 간 소통을 위한 ‘심통(心通) 데이(Day)’를 개최하고 있다. 심통 데이란 임직원들이 CEO를 상대로 업무상 애로사항을 격의 없이 토로하고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을 제안하는 날로, 조직구성원 간 보텀 업(Bottom up)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한 소통행사다. 또 매주 한 번씩 하는 부서별, 팀별 회의 시작 전에는 옆 사람과 안부인사와 함께 포옹하는 스킨십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사랑하는 나만의 소통 방식은 편지 쓰기다. 1986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당시 거주하던 단독주택을 팔아 덕천(德泉)장학회를 설립하고 이후 장학회 운영 상황 등을 알려드리기 위해 고향의 어르신과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1996년 고향인 경북 김천에서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자네는 편지 하나로 금배지를 단 친구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16, 17대 국회의원 당시와 공사에 몸담고 있는 지금도 지인과 임직원들에게 안부를 겸한 편지 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직원 가족들이 “사장님께서 편지를 다 보냈다”며 기뻐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그동안 소통을 통해 내 마음을 전하려는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다.

편지 쓰기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다. 취임 당시 600억 원 적자였던 회사는 1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또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인 아부다비에 현장사무소를 개설해 3개월 만에 소기의 매출액을 올렸다. 지난 한 해에만 오만 등 28개국에 진출하는 등 공사의 기술력을 세계로 수출했다. 이로써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년 만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견실하게 구축했다.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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