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용옥]이북5도청, 통일대비 기구로 발전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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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옥 평안남도지사 전 국방부 차관
박용옥 평안남도지사 전 국방부 차관
지난 10여 년간 북한을 떠나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수가 2010년 11월 현재 2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이들 탈북민이 남한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정착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눈길이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탈북민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며 앞으로 북한의 수복과 자유민주 통일과업에 앞장서 동참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는 가운데 통일이 예상외로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올해로 창립 61주년을 맞는 이북5도청의 쇄신 필요성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1949년 이북5도청 창립 당시와 오늘의 상황이 여러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북5도청을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에 대비하는 기구로 확대하고 인적 구성도 북한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민을 주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에 대비하는 이북5도청의 기능 강화와 탈북민의 적극적인 도정(道政) 및 도민사회 참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관심은 이북5도청의 설립 취지나 목적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 남한에는 여러 성격의 실향민(失鄕民)이 있다. 1945년 광복을 전후해 남한으로 이주한 월남민, 1950년 6·25전쟁 때 내려온 피란민, 1960년대 이후 간헐적으로 귀순한 귀순동포, 그리고 1990년대 북한에서 혹독한 ‘고난의 행군’을 겪고 목숨 걸고 탈출해 남한으로 온 탈북민 등이 있다. 이들 모두가 실향민이며 그 수는 현재 830만 명을 상회한다. 이들은 길게는 60여 년을, 짧게는 수년을 북한의 고향을 그리며 남한 땅에 정착한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이북5도청은 북한 수복 및 자유민주주의적 통일 의지의 상징이며 필요할 때 정부의 북한지역 안정화 및 통일 추진 계획에 따라 가동되는 실천적 대비기구라 할 수 있다. 도정업무나 도민사회 활동에서 실향민 어느 누구도 소홀히 여겨지거나 배제될 수 없는 통일과업의 동반자이며 나아가 북한동포도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 통일과업의 동참자이다.

따라서 이북5도청은 결코 월남 실향민 1세와 그 후세대만을 위한 기구로 남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귀순 또는 탈북 실향민의 남한 내 정착 및 이들의 통일 대비 대북활동 지원을 주기능으로 하는 기구로 변질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탈북민을 포함한 모든 실향민과 그 후세대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과업의 주역이어야 하며 이북5도청은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통일 대비 기구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통일은 말만 앞세워도 안 되며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북한 실지(失地) 회복의 염원과 의지를 공유하는 ‘실향민 의식’을 가져야 통일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탈북민의 최우선적인 당면 과제는 남한사회에서의 안정된 생활 정착이며 우리 국민 모두는 실향민의 심정에서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 동포의 통일의식에 변화를 주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박용옥 평안남도지사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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