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유호열]대북정책에도 감동이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파의 비판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북한을 압박만 하는 강경정책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햇볕정책에 대한 반발로 대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남북대화는 실종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얘기다. 둘째,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과신해 흡수통일만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은 말뿐이고 실제로는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공작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다. 셋째,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함으로써 전쟁 일보 직전까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켰다는 얘기다.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북한 핵개발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만 악화시켰으며, 특히 천안함 폭침 이후 모든 남북 간 교류협력이 중단되고 대화통로가 차단돼 대북정책에는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 3년 평가’에 관한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남북관계에 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통 수준이었지만 반대파들의 혹평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정략적이었다. 이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비핵개방 3000’이며 이를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박왕자 씨 피살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접근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소위 ‘갑을의 관계’를 유지했다. 한미동맹은 더할 수 없이 완벽했고 한미일 공조를 굳건히 했으며 주변국과의 협력도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국면을 충분한 억제력 확보로 극복했고, 난제였던 국방개혁의 기회로 활용했다. 통일 논의를 활성화해 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등의 긍정적 평가도 많다.

목표 일관성과 현실성 둘 다 중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처럼 상반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무관심하며 관망만 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여론은 유동적이고 이중적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면서도 전쟁은 반대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전쟁이냐 평화냐’의 이분법적 구호가 효력을 발휘했던 것도 대북 포퓰리즘의 단면이었다. 통일을 염원하고 기대하면서도 통일에 따른 부담은 기피하는 국민 여론은 무상복지 논란의 구조와 다를 바 없다. 결국 대북정책도 정책적 만족과 정치적 감동이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의 일관성과 함께 현실적 접근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천안함 폭침 1주년을 기해 남북관계를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북 억제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반면 북한의 대화공세 역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의 전방위적 대화 제의 자체에 진정성을 요구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남북 군사회담을 포함해 모든 대화의 선행조건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대화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추궁해 북한 스스로 과오를 자책하고 시정하도록 하는 게 순리이다.

둘째, 대화를 위한 대화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두 번 속으면 속는 측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6자회담의 재개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3차 핵실험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핵군축을 논의하자’는 북한 주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구성된 6자회담은 살려 나가야 한다. ‘비핵개방 3000’의 첫 단추이자 그랜드바겐을 실천할 수 있는 창구 역시 6자회담일 수밖에 없다. 북-중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한미, 한미일, 미중, 한미중의 구도 속에 엮어 넣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6자회담 살려 중국 엮어 넣어야

셋째, 대북정책은 북한이나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이기도 하다. 햇볕론자 등 반대파는 물론이고 관망 중인 대다수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이 감동을 주어야 한다. 조기 정상회담 개최 추진같이 스타일리스트들의 이벤트성 정책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북한인권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는 정부 차원의 열성이 보이지 않는다. 통일세 등 현실적 정책을 모색한다면서 여당 스스로 통일세 논의를 포기했는데도 제안자인 대통령은 반응이 없다. 중요 행사 때마다 대북정책의 키워드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하고, 소통 없이는 신뢰가 생길 수 없으며, 신뢰 없이는 진정한 감동이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은 이제 대북정책에서도 감동 받기를 원한다.

유호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북한학 yooh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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