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맹언]지방대 살아야 지역도 산다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박맹언 부경대 총장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박맹언 부경대 총장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캠퍼스가 새내기들의 풋풋함으로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대학에 막 입학한 새내기들 중에는 대학의 열악한 시설에 놀라는 학생이 많다. 대학이 더 근사할 줄 알았는데, 엊그제 다니던 고등학교보다 못한 시설에 의아해진 것이다. 강의실이나 책걸상이 고등학교보다 구식인 경우가 많아서다.

대학의 시설은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초등학교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중고교 때는 30∼40명이 한 반이었는데, 대학은 150∼200명이 한꺼번에 듣는 ‘콩나물시루 강의’가 다반사다. 열악한 재정으로 꾸려가는 오늘날 대학, 특히 지방 대학의 현주소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1980년 27%에 그쳤던 대학 진학률은 이제 84%에 달한다. 직장에 다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무려 95%를 넘는다. 대학에 안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대학 진학은 과거 선택에서 이제 필수가 됐다. 대학 교육이 엘리트 교육에서 보통교육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도 대학 예산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러니 지방 대학은 수도권 대학보다 더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 예산은 내국세의 20% 상당인 3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25조 원 정도가 초중등 교육에 투입된다. 대학은 5조 원 정도다. 이 가운데 70∼80%는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다.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학생 수에 따라 예산이 지원되는 초등학교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를 보자. 서울지역 유수의 대학에 지원되는 연간 연구비는 2000억∼4000억 원인 데 비해 지방은 지역 거점대학조차도 1000억 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교육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학부모들의 고통이 크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려고 중고교 때부터 엄청난 사교육비를 대야 한다. 대학 합격 후에는 아들딸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서울에 돈 갖다 바치느라 등골이 휜다.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과 서울 생활비를 대느라 거의 파산지경인 것이다. 이는 가정경제와 지방경제 붕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수도권 교육집중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생이 지방대학에 진학하도록 지방대학을 키워야 한다. 서울대 같은 국립대가 지방에 있다면, 지방에 있는 국립대들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다면 굳이 서울로 가겠는가.

지방의 국립대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포항공대는 포스코의 재정 지원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대학이 됐고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각 지방의 국립대가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 지방 사립대의 경쟁력도 동반 상승하고 자연스럽게 교육의 수도권 집중도 해소될 것이다.

특히 대학의 경쟁력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그 도시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지역경제의 기반이 된다. 다국적 기업인 노키아를 탄생시킨 핀란드 오울루대 사례에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그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의 경쟁력,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은 바로 대학인 것이다. 더는 서울의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정경제와 지방경제가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생기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맹언 부경대 총장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