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재완]사법개혁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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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계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송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수임료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전관 출신 변호사 수임료는 월급쟁이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관예우는 ‘나간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판사나 검사로 ‘재직 중’인 법조인의 보험제도다. 그래서 사라지기 어렵다. 나쁜 줄 알면서도, 퇴직한 선배를 돌봐줘야 훗날 후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 전관예우다.

법조계가 여느 이익집단과 다른 점은 공권력에 기대어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곳이 검찰과 법원이다. 그래서 법조계를 대상으로 하는 개혁이 중요하고, 또 어렵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6인 소위원회가 10일 내놓은 법조개혁안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신설,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 대법관 증원, 전관예우 방지 등이 포함됐다. 검찰과 법원 모두 불만이다. 검찰은 권한을 빼앗기고, 법원은 권위가 떨어지게 생겼다. 특별수사청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이 제외돼 여론도 좋지 않다.

그러나 법조개혁안은 도입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개혁의 불씨라고 본다. 지난 20년간 사법개혁은 법조인 수를 늘리는 데 집중됐다. 로스쿨은 그 주된 수단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세계화 기치 아래 로스쿨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슬로건 ‘법률도 서비스’에 법조계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변호사를 공익의 대변자로 포장하고 있었는데, 그 가리개를 치워내자 당황한 것이다. 법조계의 거센 반발로 로스쿨 도입은 무산됐지만 타협안으로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대폭 늘었다.

로스쿨은 2003년 법조계의 맏형격인 대법원이 찬성하면서 도입의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대법원은 법조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도입에 앞장섰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법관 수를 늘리고 대법원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대법원은 개혁과제 5개를 내세웠다. 일종의 ‘물 타기’를 한 것이다. 대법원의 전략은 성공했다. 국민 관심은 로스쿨로 몰렸다. 로스쿨은 도입됐고, 대법원 개혁 이슈는 잠잠해졌다.

2009년 시작된 로스쿨은 아직 미숙한 제도다. 법학교육을 개선하고, 법조인 수를 늘리고, 법조인 임용방법에 변화를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국회가 내놓은 사법개혁 카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법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사법권력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권력은 남용되기 마련이므로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가르침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사법의 구조개혁에 유난히 무관심했다.

사법개혁특위 소위원회가 내놓은 개혁안은 사법권력의 분산과 통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사법개혁의 시기와 방법에 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대법원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고, 내년 4월 총선이 있고, 차기 대통령은 내년 12월 선출된다. 기득권층의 조직적 반발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힘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위원회는 국민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

개혁의 불을 지피려면 개혁과제를 구분해 시행하는 것이 옳은 방안이라고 본다. 전관예우처럼 논의보다 결단이 필요한 사항은 조속히 시행하고, 중수부 해체 및 특별수사청의 신설, 경찰수사권 독립처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과 대법관 증원처럼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정립이 연계된 사항은 중기적 검토가 필요하다. 국회가 사법개혁위원회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여기서 처리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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