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늦박자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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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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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
박영균 논설위원
2년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했다. 취임 직후 2009년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로 낮추고도 살얼음판을 걷듯 말을 아꼈다. 그가 경제팀을 맡기 직전인 2008년 4분기의 성장률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5.1%였다. 윤증현 경제팀의 과제는 위기 극복과 성장세 회복이었다.

위기 극복 윤증현 팀, 안정화 失機

2009년의 실적은 0.2%에 불과했지만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6.1% 성장을 기록했다. 천안함 사태와 북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안보 불안 속에서 거둔 성과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국가 부채가 불어났지만 국가 위상은 높아졌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경제위기를 먼저 극복한 덕분이다. 윤 장관은 경제팀을 2년 이상 이끌었으니 장수 장관이다. 그와 함께 장관을 지낸 다른 경제장관들은 대부분 교체됐다. 이른바 정권 실세와의 갈등도 별로 없이 원만하게 이끌었다. 운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축배를 들고 밖에 자랑하기엔 안팎의 환경이 험난하다. 안으로는 성장의 과실이 저소득층과 청년 실업자들에까지 퍼지지 않고, 밖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버금갈 위기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정세가 불안해지자 국제 유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위기에서 벗어났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위기가 몰려오는 것이다. 국내의 구제역 대란에다 폭설까지 겹쳐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경제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말 경기부양책을 철회하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 지나치게 돈이 풀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성장을 까먹을까 걱정한 경제팀은 금리 인상을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에 국제유가는 껑충 뛰고 곡물가격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렸다.

성장정책에 성공한 경제팀에 안정화정책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똑같은 인물들에게 성장과 안정 정책을 모두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과 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경제안정화로의 정책 선회를 잠자코 봐주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안정화 드라이브를 포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했다. 기업의 답함을 조사하고 원가를 공개하라며 밀어붙였으나 구시대적 수법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윤 장관이 오버하는 공정위와 국세청을 자제시켰어야 했다. 윤 장관은 시장원리에 따라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고 실기(失機)한 책임이 있다.

현안 피하지 말고 정면 대응해야

경제부총리는 아니지만 윤 장관이 경제팀장이라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경제장관 사이에 이견이 있거나 정책 갈등이 있다면 마땅히 조율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그러나 윤 장관은 경제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애써 피했다. 작년부터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벌어진 복지논쟁에서 한발 비켜섰고 구제역, 저축은행 사태, 이슬람채권법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명박 대통령이 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면도 있지만 윤 장관이 현안을 피하니 실세 경제팀장이 따로 있다는 뒷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정치권에 밀려 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외부의 충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제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경제개혁법안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말려 좌절된다든지,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외국과 약속한 협정이 무산되는 것이 그런 사례다. 개신교의 반대로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법 입법을 포기한 것도 찜찜하다. 나라 밖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나머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선거철이 다가오기 전,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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