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도 고객요구에 민감해야 한국, 창의적 발상 키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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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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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수전문가 스티븐 가냐드

스티븐 가냐드
스티븐 가냐드
T-50 고등훈련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인 ‘세일즈 외교’의 아이콘이다. 당선인 시절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수출 협상을 앞두고 알나하얀 왕세자에게 편지를 보냈고, 취임 이후에도 정상외교 때마다 T-50 수출 홍보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UAE와 싱가포르 수출 협상은 막판에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우주항공과 방위산업에서 세계적 전략자문회사로 꼽히는 미국 애버센트인터내셔널의 스티븐 가냐드 대표(사진)는 10일 인터뷰에서 “정부나 민간기업이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가냐드 대표는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연간 50억 달러의 정치군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무성 부차관보를 지냈다.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한국의 방위산업은 지금 전환점에 와 있다. 그런 면에서 방위산업을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위산업을 국토방위를 위한 ‘나랏일’로만 생각하면 전력 증강도 수출도 다 잃게 된다.”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 CEO들과 국방 고위관계자도 접촉한 것으로 아는데 민관 모두 그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경우 과거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사업청이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산업정책 차원에선 맞았는지 모르지만 이젠 기업들이 자기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기술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민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스라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공유는 결국 ‘나눠 먹기식’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보면 와일드한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원들이 전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한다. 이런 게 있어야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나온다.”

DARPA는 미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데 충격을 받아 설립됐다. T-50의 실패를 그 정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가냐드 대표는 T-50에 대해 “너무 아름다운 비행기”라고 말했다. 훈련기치고는 ‘지나치게’ 좋다는 얘기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개발 독점체제가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는 않다.

“세계시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막 둥지를 떠나 비상을 준비하는 어린 독수리와 같다. 두려움 없이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부는 자유시장과 경쟁을 권장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방위산업을 국토방위용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세계엔 수많은 나라가 있고, 그 나라들이 요구하는 방산의 니즈(needs·요구)도 모두 다르다.”

―답답해서 하는 소린데, ‘어린 독수리’가 좀 더 쉽게 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나.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선발업체들과 같은 레벨에서 세계시장을 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미국과 상호방산획득양해각서(RDP-MOU)를 맺는 것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 21개국이 미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영국과 호주는 상당히 큰 덕을 보고 있다. 한미 FTA는 방산물자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한국의 민관 방산 관계자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나.

“장점에 대해 많이 설명했고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계셨다. 전체적인 느낌은 아직 세계시장 진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 한번도 본격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김창혁 전문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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