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역사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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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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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 역사학자 E H 카의 유명한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말이다. 올해는 이 책이 나온 지 50년이 되는 해다. 카는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행한 강연을 엮어 그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한국에는 1966년 처음 번역됐고 1970, 80년대 대학생에게는 필독서였다.

▷카는 외교관 출신으로 1941∼46년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의 부편집인을 지냈다. 지금은 보수신문인 더타임스가 당시는 카의 친(親)소련적인 사설 덕분에 큰 인기를 누렸다. 그의 생각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전체주의로 향하는 것은 당연하며 마르크시즘은 소련의 경제 성장에서 증명됐듯 전체주의의 가장 성공적인 형태”인 것으로 요약된다. 제2차 세계대전 전 대독(對獨) 유화정책의 지지자였던 그는 히틀러를 베르사유조약에 희생된 독일을 구하려는 정치인으로 보기도 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카가 충성의 대상을 히틀러에서 스탈린으로 바꿨다”고 비꼰 바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사실 그 자체로’로 요약되는 레오폴트 폰 랑케의 실증사관을 반박하고 미래에의 전망을 가지고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보는 것이 역사라고 가르친다. 방점은 과거보다 미래와 현재에 찍혀 있다. 그가 가르친 전망과 관점은 책에서 ‘진보’라는 훌륭하지만 막연한 말로 표현되는데, 그의 생애에서 이 ‘진보’는 한때는 히틀러였고 한때는 스탈린이었다. 문제는 이 책만 읽고 있으면 그의 구체적 역사 인식이 그랬다는 것을 도저히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역사란 무엇인가’와 더불어 많이 읽힌 책이 한국사의 인식을 친(親)북한 반(反)남한으로 바꿔놓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다. 카에게 역사의 인물은 ‘진보(progressive)’ 아니면 ‘반동(reactionary)’으로 분류된다. 좌우라는 개념조차 그에게 너무 중립적이다. 그런 점에서 정신의 결도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많이 닮았다. 그러나 카의 사례처럼 진보가 역사에서는 반동으로 드러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한국 사회도 카에게 ‘굿바이’를 고할 때가 됐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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