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의 한국 교육 칭찬, 우리가 겪는 현실

  • 동아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또다시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 과거에는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주로 거론했지만 이번에는 한국 교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교사들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알려져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교사를 같은 수준으로 존경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의 장래나 자녀들의 인생에 좀 더 다른 기여를 하고 싶다면 교사가 돼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한국 교사들은 과연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을 받을 만한가.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은 우리 현실과 시차(時差)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한국 교육만을 놓고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불과 50여 년 만에 세계 15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데는 무엇보다 교육의 힘이 컸다. 학부모들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자녀 교육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 교육의 최대 공로자는 역시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도 자기 헌신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서 교사는 존경을 받았다. 우리처럼 ‘스승의 노래’나 ‘스승의 날’이 존재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면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이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진다. 지금도 우리 교사들이 인재 양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고, 학생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우리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변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육계는 이념 대결, 노동운동과 정치투쟁, 무사안일 풍토의 대명사로 변질돼 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제 법원에서는 전·현직 교사 172명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우쭐해하기보다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어보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가 건설자’의 막중한 소임을 띤 교사들이 다시 한 번 ‘스승’으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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