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관보급 상습 도박, 공무원 기강 위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수십 명의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도박장에 출입한 혐의가 감사원 감사에서 포착됐다. 감사원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 기록과 공무원연금 가입자 명단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최근 3년 동안 카지노에 빈번하게 출입하면서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충격적이다. 한 차관보급(1급) 공무원의 경우 200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카지노에 180여 차례나 드나들면서 수십억 원대의 도박을 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약 4년 동안 180여 차례라면 거의 매주 카지노에 간 셈이다. 이 정도면 공무원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했을지 의심스럽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기관의 과장 국장 등 요직을 거쳐 2008년 12월 1급으로 승진한 뒤 외부 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하다 지난해 말 복귀했다. 이를 계기로 외부기관 파견 공무원들의 근무 상황도 챙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8년 5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패방지 유공자 국민포장을 받았다. 당사자는 도박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감사원이 포착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상습 도박자를 차관보급으로 승진시키고 표창까지 한 꼴이 된다.

정부가 공직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기에 고위 공무원이 정선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카지노를 드나들 수 있었단 말인가. 공무원 조직의 윤리 기강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1억여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해 도박 자금의 출처도 모호하다. 비리성 자금으로 도박을 한 것은 아닌지도 밝혀내야 한다. 공기업 간부와 경찰관 및 교사들도 감사원의 도박 공직자 조사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제의 공직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도박 자금 출처를 규명하고 비리가 확인되면 공직에서 추방하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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