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의원 21명 관광성수기에 스웨덴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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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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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초 ‘귀빈 방문 대목’을 맞았다.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21명이 8월 첫째 주(2∼8일)에 집중적으로 스웨덴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26일 기자가 확인한 결과 기획재정위의 한나라당 소속 김성조 위원장과 한나라당 강길부, 민주당 이용섭,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 등 4명은 8월 2일부터 6박 7일간 북유럽 3개국을 방문하면서 스웨덴을 찾았다. 방문 목적은 ‘재생 에너지 선진국 탐방’이었다.

여성가족위의 민주당 소속 최영희 위원장과 한나라당 김재경,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3명은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 실시 국가 시찰을 목적으로 8월 4일부터 11일까지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방문했다.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한나라당 이윤성 최병국 황진하 의원 등 3명도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방문하고 귀국하던 길에 스웨덴에 들렀다.

외유에 나선 의원들의 방문 목적은 대부분 ‘의원 외교 차원’ ‘의정활동에 필요한 시찰 및 자료 수집’ 등이다. 그러나 명분과는 달리 정황만으로 보면 스웨덴 집단 관광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스웨덴 등 북유럽은 백야(白夜)로 낮이 긴 8월이 관광 성수기다. 8월 첫째 주 개인적 용무로 인천공항을 찾았던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의원들이 너무 많아 방문지를 물었더니 한결같이 ‘스웨덴’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말이 좋아 답사고 견학이지 진짜 목적은 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지 공관은 해외 출장에 나선 의원들의 안내와 지원에 매달리는 바람에 업무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은 대사를 포함해 근무 중인 외교관이 6명에 불과하다. 외교통상부의 한 대사급 간부는 기자가 의원들의 스웨덴 집단 방문으로 부작용이 없었는지를 묻자 “의원 외교의 성과를 좀 더 올리려면 지역과 시기를 분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내규(內規)엔 ‘같은 달 특정 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상임위 및 의원친선협회의 수는 3개 팀 이하로 제한하고 국회의장과 국회 운영위원장은 이를 심사한다’고 돼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외교 안보, 통상, 문화 교류 분야에서 의원 외교가 차지하는 역할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고의 관광 시즌을 맞은 스웨덴에 국회의원들이 대거 몰려간 것이 과연 그 나라 정관계에 어떻게 비쳤을까. 현지에 다녀온 의원들이 솔직히 자문해볼 일이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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