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원 독무대 정치판’의 與圈구경꾼들

동아일보 입력 2010-09-13 03:00수정 2010-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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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계획에 없던 러시아 방문을 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일”이라며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우리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가 알고 있는 천안함 폭침사건의 ‘또 다른 진실’을 덮기 위해 급조된 것인 양 주장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봄부터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제2회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이 대통령이 참석해 한-러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했다. 5월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건에 관해 위로전화를 하면서 초청 의사를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국가 간 정상회담이 외교 관례상 상당한 시일에 걸쳐 일정을 협의하는 절차를 필요로 함을 모를 리 없다. ‘대(對)러시아 외교 부재’를 자주 질타한 민주당과 그는 한-러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9, 10일 연이어 이 대통령의 방러 외교를 ‘천안함 의혹 덮기’ 용도로 몰고 가는 듯한 논법을 구사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누구 하나 나서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는 3·26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소행 운운하면 안 된다” “생존 군인들이 환자처럼 위장했다”며 ‘천안함 음모론’에 군불을 땐 장본인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요즘 정치는 박지원이 끌고 간다”며 한숨 쉬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가 민간인 사찰 이슈화와 총리와 장관 후보자 낙마사태를 주도하며 정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4억5000만 달러의 불법 대북(對北)송금에 깊숙이 간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요즘 공직자의 도덕성 추락에 대해 누구보다 목청을 높여 호통을 치고 있다. 한때 안대를 두르고 휠체어에 의지해 국민의 동정심을 구하더니 지금은 재기해 여당의원들로부터 ‘정국 주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불사조인가. 아니면 변신의 천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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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사람들은 ‘박지원 정치’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영욕을 끌어안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 한마디 똑바로 못 하고 가슴앓이 하는 정부 여당은 과연 국정 주도세력이 맞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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