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범]가십의 대량생산 시대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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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gossip)은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스타시스템을 키우는 플랑크톤이다.”

대중문화와 가십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르 모랭의 말이다. 분명 가십에는 ‘굳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과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십은 연예계, 특히 스타와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요소가 됐다. 말썽은 많지만 모랭의 주장처럼 스타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과거 가십은 본인이 숨기는 것을 기자든, 팬이든 남이 캐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시시콜콜한 사생활’이라는 속성은 그대로인데, 스타가 직접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통로가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아침 주부 대상 프로그램부터 오후 11시 이후의 심야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우리 방송에는 많은 토크쇼가 있다. 이 많은 토크쇼를 먹여 살리는 것이 연예인의 가십이다. 내용의 은밀함과 공급의 희소성으로 가치를 부여받던 가십이 대량 생산되는 시대.

그럼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가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주인공이 스타이기 때문이다. 베슐랭이 ‘영화의 경제사’에서 말한 것처럼 “스타는 생활방식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라면 그다지 궁금하지 않을 자질구레한 일상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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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이 스타에게만 있는 것이라면 그 역은 어떨까. 즉 가십만 있으면 누구나 스타가 될까. 당연히 아니다. 그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스타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예계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기를 얻기 위해 재능과 노력을 쏟아 힘겨운 경쟁을 하는 것보다 가십으로 눈길을 끄는 게 더 쉽고 성공 확률도 높다고 여긴다. 사생활이나 과거사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스타성에 대한 열광으로 착각한다.

최근 말이 많은 ‘과거 마케팅’은 그런 세태를 담고 있다. 명색이 가수나 배우 또는 방송인이라면서 정작 노래나 연기,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 대신 방송에서 과거 인기 스타를 얼마나 많이 사귀었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공개하는 데 더 열을 낸다. 때론 ‘과거 자랑’도 경쟁이 붙어 단순히 만나고 헤어진 사실을 넘어 상대의 부모에게 협박당했다는 ‘막장 드라마’ 수준의 사연까지 등장한다.

연예활동과 별 관련도 없는 집안이나 학력, 화려한 사생활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한 여자 연예인은 방송에 등장할 때마다 혼자 사는 고가의 집, 화려한 인테리어, 명품 살림살이, 어린 시절부터 부유했던 집안 자랑을 거의 빼놓지 않는다.

물론 대중의 동경을 받는 스타라면 그런 모습들은 당연히 가십이고 연예 화제다.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등장하는 빈도는 톱스타급이지만, 과거사나 사생활 자랑이 아닌 연예인다운 재능이나 모습으로 주목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아니, 재능은 둘째 치고 그녀가 어떻게 연예인으로 분류되는지도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긴 기다림을 이겨낸 늦깎이 스타든, 아니면 단번에 주목을 받은 깜짝 스타든 그 인기 바탕에는 대중이 인정하는 결과물이 있다. 그런 성과도, 사람들의 진정한 환호도 없이 그저 단편적인 호기심과 궁금증의 대상이 된 것만으로 스스로 스타인 양 행세하는 것은 심각한 대중 기만이다.

김재범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 부장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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