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창희]곰즈는 돌아왔는데 대승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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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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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직접 가서 미국인 인권운동가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수많은 납북자, 국군포로를 돌려 달라는 우리 요구는 외면하면서 미국의 요구에는 순순히 내주는 북한이 야속할 따름이다.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국민 보호에 나서는 미국 정부의 철저한 책임감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에 답답함이 더해진다.

협상카드 쓰려는 北태도에 환멸

설사 대승호가 북한 측 배타적 경제수역 진입 등 실수가 있었더라도 국제법과 관례에 따른 조치 후에 귀환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혹자는 북한이 대승호를 장기간 억류하는 이유가 또 다른 대남협상 카드를 만들려는 데 있고 우리 사회의 여론 분열을 노리는 심리전이라고 한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비치고, 중국인 선원 3명도 같이 나포돼 있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북한은 납치, 나포와 같이 인간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화풀이를 하거나 협상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행태를 그만두어야 한다. 선원 가족의 고통스러운 기다림과 국민의 동정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고착시킬 뿐이다. 한국에서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렸다. 북한이 박왕자 씨 피격, 천안함 기습 폭침, 대승호 억류와 같은 행동을 반복할수록 북한에 대한 한국민의 부정적 인식은 증폭될 뿐이다. 북한이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원하면 국민의 대북 거리감을 좁히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며 당장 대북 경제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의 선의와 관계없이 과거 대북 현금지원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도운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을 재정 지원할 수는 없다. 대승호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비난하기에 앞서 북한의 인권 불감증부터 비판해야 옳다.

일전의 남북교섭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국군포로의 송환을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일임에도 필자는 보훈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큰 위로를 받았다. 동시에 외국인들은 돌려보내면서 정작 동포는 억류하는 북한 정권의 위선적인 민족공조 타령에 환멸을 느꼈다. 한 가지 우리 정부에 제안한다. 억류 선원의 송환과 남북관계 관리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긴급 원조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군비 증강에 전용 가능한 대북 지원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고수하되 신의주 수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정 규모의 인도적 지원은 시행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한미일 결속 입체적 국제공조 필요

북한의 비틀린 협상 행태를 근본적으로 교정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약효가 모자라는 한미동맹에 일본을 더하여 투약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일 결속의 수위 조절과 북한의 도발 억지를 위한 중국의 협조 여부를 연계하면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줄어들 것이다. 일부 정책 당국자는 한미일 협력이 한중 협력과 모순된다는 냉전시대 사고에 여전히 갇혀 있다. 중국도 북한의 돌출행동에 위협을 느끼는 국제경제협력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음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한미동맹에만 안주하면 북한은 그 기회를 대중 접근으로 무산시키려 할 것이다. 대승호 선원의 조기 송환과 나아가 북한의 도발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입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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