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익중]청소년의 욕설, 아이들만 탓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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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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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욕설 사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인터넷 신조어, 말문이 막힐 때까지 욕을 내뱉는 욕배틀 등 요즘 청소년은 성인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다. 어른은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에 놀랐고 대중매체는 요즘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선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른의 당혹스러움을 증폭시킨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청소년은 항상 일탈적이고 신중하지 못하며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으로 여겨졌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청소년문제를 판단하는 기준도 함께 변해야 하는데 기성세대가 되면 기본적으로 시각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문제만 보이고, 대중매체를 통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되는 일탈 청소년만 보면 언제나 문제는 심각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욕설은 다른 종류의 비행에 비교하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욕설은 다른 심각한 비행의 관문 역할을 하며 언어는 인격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언어 사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욕설 사용이 청소년만의 책임일까. 아이를 탓하기보다 먼저 우리,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부모는 생존을 위한 커다란 경제적 압력에 직면해 있고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이로 인해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부모는 청소년을 돌보는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다.

학교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경쟁의식과 학벌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진정한 인간교육을 실현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잘 가르친다는 학교일수록 아이를 과다한 숙제와 시험, 공부 규율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붙들어 놓는다.

어른이나 아이나 밖에서 소비하는 시간에 비해 집 안에서 소비하는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부모가 청소년을 지도감독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청소년이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그들이 밖에서 경험하는 세계는 더욱 위험스러워졌다. 지역사회가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회도 거의 없어지거나 그들을 보살피는 자비로운 어른도 사라져간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물질적 풍요를 축적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유해환경에 청소년이 방치된 셈이다. 예전의 가정과 지역사회의 교육기능이 거의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지나친 교육열은 청소년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해소하는 통로로 욕설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요즘 국격에 대해 자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 관료, 기업인의 천박한 말이 자칭 사회지도층의 낮은 인격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격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공공언어인 방송언어도 그러하다. 언어예절이 실종되고 막말과 비속어가 일상화된 품격 없는 말을 방송에서 계속해서 내보낸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이 아무런 의식 없이 쏟아내는 천박한 언어폭력이 아이의 언어를 욕설로 물들이는 것은 아닐까.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른을 흉내 내는 현상은 어른이 먼저 반성하고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욕설을 통해 지나친 입시교육으로 아이가 받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이로 인한 저항의 몸짓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이 진정 무얼 느끼고 무얼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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