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46용사 유족에게 무릎 꿇어야 할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그 사람들은 달나라에서 사나? 말이 안 통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때 아들 윤영하 소령을 잃은 윤두호 씨(68·예비역 해군 대위)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유족은 어제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설명을 듣고, 침몰 직전의 선내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 영상을 보며 다시 오열했다.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사죄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특히 우리 사회 내부를 향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전사자와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의 어뢰 공격’이라는 조사결론 앞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형제를 잃은 가족들만큼 원통하고 피가 끓는 사람들은 없다. 유족들은 3월 26일 청천벽력 같은 비보(悲報) 이후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화병(火病)에 걸려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사람이 많다. 처음부터 북의 소행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음모론이나 근거 없는 의혹을 퍼뜨린 사람들도 유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내부 폭발설은 희생 장병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유언비어다. 미군의 오폭설이나 우리 기뢰에 의한 폭발설, 선체 자체의 피로파괴설, 좌초설도 북을 감싸기 위한 의혹 제기였다. 일부 야당 정치인과 친북좌파 세력, 철없는 누리꾼은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억측과 소설”이라는 망발을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북의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가 조사단 발표 후에는 대통령 사과와 국방부 장관 등의 해임 및 군사법원 회부를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요건을 상실한 F학점 보고서”라고 조사 결과를 평가절하하면서도 가해자인 북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았다.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 씨는 월터 샤프 주한 미군사령관의 한주호 준위 장례식 참석과 주한 미국대사의 백령도 방문을 거론하며 충돌의 주체로 미국 군함을 지목했다.

20대의 47.8%가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답한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여론조사 결과도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아다니는 무책임한 주장과 관련이 있다.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학교의 책임도 크다. 학계와 군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 조사 결과는 믿지 않고, 편향된 ‘인터넷 논객’이나 좌파 세력의 강변은 쉽게 받아들이는 20대의 지적 풍토가 걱정스럽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