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글로벌 코리아’ 알리는 숨은 일꾼들

  • 동아일보

“한국은 기술 강국(technology giant)이잖아요. 삼성, LG, 현대자동차….”

동아일보 창간 기획인 ‘글로벌 JOB챔피언’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에서 1시간 걸리는 항구도시 브라이턴을 찾았다. 직업교육기관인 스킬스 트레이닝 UK를 방문해“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은 가장 먼저 ‘기술 강국’을 꼽았다.

이어 ‘박지성’이라는 답이 나왔다. “박지성 선수는 참 똑똑하게 플레이 한다”, “나는 첼시를 응원하지만 박지성 선수를 잘 알고 있다” 등 축구 이야기가 족히 10분은 이어졌다.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체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1993년 유럽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언급했을 때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한국의 이미지가 이렇게 바뀐 데는 한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숨은 공로자들의 역할이 컸음을 이번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광영 영국 런던 KOTRA 센터장은 지난달 브리스틀, 노팅엄, 리즈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경제 홍보설명회’를 열었다. “정보기술(IT) 강국이자 수준 높은 인재들의 집합소”라고 한국을 설명하면서 한국에 투자한 영국 기업인들의 강연자리도 마련했다.

이 행사에서 영국 모바일게임 기업인 커넥트투미디어(C2M)의 에릭 홉슨 사장은 “한국을 방문하면 유럽의 3, 4년 후 모습을 알 수 있다”며 “한국은 국민의 50%가 인터넷뱅킹을, 63%가 휴대전화 결제를 하며 게임시장의 57%가 온라인 게임일 정도로 IT 강국”이라고 소개했다.

조태열 주스페인 대사는 세계 지도의 한국 지명 바로잡기에 소리 소문 없이 나서고 있었다. 그는 “스페인이 남미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스페인에서 지도를 사 가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제작한 지도의 오기(誤記)는 남미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귀띔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KOTRA는 벌써부터 올해 하반기에 열릴 전시회의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할 전략을 짜고 있다. 세계 10대 전시장 중 5곳이 독일에 몰려 있기 때문에 주요 전시회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국가브랜드위원회까지 만들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먼 이국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한국을 알리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지금 이들이 뿌리는 씨앗이 후대(後代)에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박형준 경제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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