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대성]軍정보공개가 투명할 수 없는 이유

  • 동아일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정보공개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국가적 재난사항이나 군 안보사항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과 “비상상황 혹은 안보사항일수록 국민과 정부 간 신뢰 및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보 왜곡 꾀하는 利敵性변수

필자는 군 안보 관련 정보 보호와 공개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독일연방보호청(MAD), 스페인 군방첩부(CESID), 이탈리아 군 정보 및 보안본부(SISMI), 프랑스 국군보안국(DPSD) 등 선진국 정보기관을 방문하고 실태를 파악한 경험이 있다. 방문 후 결론은 첫째, 각국에서 군이나 정부 당국이 어떤 사항에 대해 일단 국가안보 사항 혹은 군 기밀 사항이라고 보안을 천명하면 언론 등 사회에서 더는 언론공개 또는 자료제공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천명된 군 기밀 사항이 보안을 위반하고 공개되는 경우 군정보기관은 공개자의 내외국인 및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고유의 법에 의거해 공개내용 사실 여부와 위법사항을 철저히 조사한 후 민간법원에 제소한다. 셋째, 각국이 처해 있는 특수상황을 고려한 비밀의 합리적 등급 결정, 객관성을 생명으로 비밀 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획득, 비밀의 권위 고수 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경주 등이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공통점은 각국이 그들 특유의 국가적 상황을 가장 중시하면서 비밀등급을 분류하고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군 안보 관련 중요 정보공개 여부 논란은 한국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이적성 문화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면서 논쟁하고 있어 문제다. 이적성 문화란 우리의 실제적인 적을 이롭게 하는 주장 혹은 행위를 내포하고 있는 속성의 문화를 의미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재와 같은 이적성 문화를 내포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국가적 재난이나 안보 관련 보안이 필요한 중요 정보가 함부로 공개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적성 문화는 국가적 재난 혹은 국가안보 관련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면 그 정보를 최대로 왜곡 혹은 변질시키면서 정부와 국민 간 이간 및 소통차단이라는 이적성 목표를 추구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등이다. 이적성 문화 속에서 공개된 중요 정보는 이적성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적에게 전달되고, 적의 지령에 의해 국가적 재난극복을 어렵게 하고, 각종 군사작전을 실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

순수한 뜻의 공개가 칼이 될 수도

북한의 대남정책 중 ‘남한혁명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지도과제’라는 내용을 고려할 때 국가적 재난 및 안보 관련 중요 정보는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적 지도과제라는 항목 속에는 이미 구축해 놓은 남한 내 지하조직, 통일전선 등을 중심으로 남한에서 발생하는 각종 국가재난 혹은 국가안보상황을 최대로 악화시키면서 관·민 이간, 한미 이간, 폭력·비폭력 배합투쟁을 힘차게 지도한다는 내용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적성 문화가 사회 곳곳에 침습해 있는 한국사회에서 국가재난 또는 국가안보 관련 중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 ‘국민과 정부 간 소통’ 등 순수한 의미만을 생각하면서 함부로 공개되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이적성 문화는 순수한 의미에서 공개되는 중요 정보를 대한민국을 해롭게 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 방향에서 최대로 악용하는 능수능란한 능력과 속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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