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우근민 공천 번복, 많은 걸 잃어버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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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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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민주당의 김민석 지방선거전략위원장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우 전 지사는 제주도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떠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제주 시내 한 호텔에서 우 전 지사와 마주 앉은 김 최고위원은 복당을 요청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복당 요구는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의 의견을 모은 결과”라며 “복당의 걸림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원래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우 전 지사는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1998년(당시는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2002년 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2004년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지사직을 잃었다. 민주당 당원 자격도 자동 상실했다. 2002년 2월엔 집무실에서 여성 직능단체 인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여성부의 성희롱 판정을 받고 여성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2006년 12월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우 전 지사의 복당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2일 우 전 지사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우 전 지사는 3일 국회에서 복당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지사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복당과 공천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자회견장에는 김진표 최고위원, 최재성 통합위원회 간사 등이 배석해 도지사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7일 열린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서도 우 전 지사는 무사통과였다.

지도부의 ‘여론조사 1위 후보 무조건 영입’ 방침에 공천심사위원들도 우 전 지사의 과거 경력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 공심위원은 “지도부의 한 인사가 당초 우리에게 ‘우 전 지사의 과거 성희롱 전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며 “과거 언론 보도는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물론 다른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우 전 지사의 성추행 경력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자 민주당 공심위는 16일 우 전 지사의 공천 배제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만장일치였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18일 “우 전 지사 영입을 위해 청와대 인사가 움직였다는 자체 보고에 마음이 급해 크나큰 실수를 범했다”고 털어놨다.

우 전 지사 사건은 ‘야당의 최고의 무기는 도덕성’이란 단순한 원칙을 재확인해 줬다. 여론조사에서 1등이면 무분별하게 영입하고 보겠다는 것도 민주당이 내건 ‘개혁 정당’이란 슬로건과 거리가 멀다. 먼저 영입을 제안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내팽개치는 것도 도의에 맞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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