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동영 전 의원과 최형우 전 의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핵심 실세였다. 1970,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YS와 김대중(DJ) 전 대통령 같은 야당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조직관리와 정치자금 분야를 도맡아 처리하거나 때로는 교도소에까지 가는 ‘대리인’들을 두었다. 양김(兩金)이 험난한 대권가도를 헤치고 집권에 이르기까지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계보를 챙긴 ‘넘버2’ 격의 좌장(座長) 역할이 컸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DJ를 4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DJ 사단’을 이끈 ‘동교동계 맏형’으로 불린다. 그의 별명은 흔히 ‘권부(權副 또는 權府)’로 통했다. 야당 시절 부총재를 지낸 이유도 있지만, 조직과 자금을 관리한 ‘실세’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랐던 ‘친노’ 의원들 사이에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좌장 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친이명박계’의 좌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3김식 계보정치가 소멸하면서 좌장의 의미는 빛이 바랬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7개 국가기관을 옮기는 절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야당 대표 시절부터 계보를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좌장이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2004년 한나라당 대표와 사무총장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후보와 조직총괄본부장으로 힘을 모은 이후 김 의원은 자연스레 친박 좌장으로 불려왔다.
▷김 의원은 세종시 해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친박”이라고 했지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정치철학이 다르다면 친박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산 출신으로 YS에게서 정치를 배운 김 의원은 “영감(YS)이 뭔가 잘못 보고를 받은 것 같을 때는 ‘그게 아인 것 같습니더(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들이받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하곤 했던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다. 일언지하에 좌장 ‘직위해제’된 김 의원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계속 간직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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