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은 원자력산업계뿐 아니라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원전 수출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사상 첫 성과인 데다 우리에게 원전기술을 가르친 미국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이뤄낸 승리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원전 수출국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5개 나라에 불과했다. 우리는 드디어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극심한 불황으로 고통을 겪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과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고유가 시절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다. 특히 원전은 그동안 근대화 과정에서 값싼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경제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제는 원자력발전이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할 원전 ‘APR1400’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992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모델이다. 기존의 한국 표준형 원전보다 발전용량이 40%나 향상되고 안전성과 가동수명 또한 획기적으로 높아진 3세대 원전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은 경쟁 모델인 프랑스 미국 일본의 원전보다 현저히 뛰어나 전략적 수출품목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사항이 있다. 원전 도입국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원전 운영실적과 안전성을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각 나라의 운영 실적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에서 매년 비교 평가해 발표하는데 한국 원전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전 운영의 기술 수준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이용률은 2000년부터 10년간 연속 90%대 이상을 유지해 세계 평균인 70%대를 상회한다. 원전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고장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한다는 뜻이다. 고장 정지율 또한 최근 10년간 호기당 연평균 0.5회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원전의 설계 건설 운영 및 유지정비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석유와 석탄 가격이 상승하고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자력발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기관의 전망대로 2030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400∼500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할 경우 수천조 원의 시장이 창출된다.
아랍에미리트 수출을 계기로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펼쳐질 황금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에서 운영하는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혼신의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리는 30여 년의 짧은 원자력 역사에도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 운영기술을 습득했듯이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원전 운영기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건설 중인 원전을 완벽하게 시공해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여야 한다.
정부의 목표대로 향후 세계 원전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빅3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한국형 선진 원전기술을 더욱더 다듬고 발전시켜 명실공히 원전 수출국가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서도록 원전 안전운영과 수출에 다함께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