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한테서 징계 받은 ‘이종걸 교과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어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특별법안’을 상정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2월 국회로 미뤄놓는 바람에 ICL은 당초 예정했던 올해 1학기 시행이 어렵게 됐다. 등록금 마련에 차질을 빚게 된 학생 80만 명이 비명을 지르자 뒤늦게 심의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이종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측 교과위원들은 그동안 ICL 법안에 반대했다. 예산부수 법안임에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해를 넘겼다. 그러나 이들은 도리어 정부 잘못으로 호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교과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는 등 비판이 비등하자 마지못해 상정했다.

이 위원장이 어제 미국에서의 개인 일정 등 출국 계획을 취소하고 회의를 연 것도 국민의 분노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위원장과 교과위가 국민의 징계를 받은 셈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회에서 다음 주에 통과시켜 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해 1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말했지만, 법안 통과 후에도 준비 절차에만 25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혼선이 불가피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 법안 처리를 위해 ‘원 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조건으로 긍정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 위원장이 의사봉을 쥐고 있는 국회 교과위는 지난해 9월 정기국회 개회 후 12월 11일까지 328건의 계류법안을 쌓아놓고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교과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나설 만큼 이 위원장의 독선이 심했다. 이 위원장은 “법안을 처리하고 싶지만, 예산안 처리 때 (한나라당이) 한 짓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로만 서민을 내세우며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켜 놓고는 남 탓만 하고 있다.

이 위원장과 교과위 소속 위원들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하루속히 법안 처리를 매듭지어야 한다. 학부모를 비롯한 유권자들은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잊지 말고 2012년 총선 때 투표를 통해 심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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