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리병원 도입, 언제까지 논란만 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정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영리병원)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확인했지만 부처 간 견해차가 여전히 커서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라”고 말했지만 청와대가 나서 조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기획재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보건복지가족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에 공동 연구를 의뢰했다. 두 연구기관이 내놓은 미합의 보고서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재정부 간부들은 “영리병원 제도 도입을 기정사실화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재정부 방안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처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노무현 정부 때부터 5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영리병원 제도는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자본의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해외환자를 유치하려면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의료산업은 우리가 미래에 먹고살 산업으로 키울 여지가 많다. 그래서 관련 규제를 풀어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겨나게 하자는 것이다. KDI는 물론이고 KHIDI도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를 인정했다.

수익성이 높은 고급의료 서비스와 해외환자 치료에 의사가 몰리거나 건강보험체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제도 보완을 하면 된다. 재정부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부작용을 막을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KHIDI는 국민의료비 증가 가능성을 걱정했지만, 서비스 고급화에 따른 추가비용이지 똑같은 서비스가 가격만 비싸지는 게 아니다. 산업화가 안 된 의료서비스 분야를 키우자면 국가적 비용이 들고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게 무섭다고 현 체제만 고집하면 고급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국내에서 관련 일자리도 사장된다.

두 부처가 견해가 다르니 청와대가 부처에만 맡겨 놓을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논란에 영리병원 문제까지 추가되는 것을 피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유보만 하다 보면 의료산업화의 기회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오해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청와대부터 영리병원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하고 관련 부처들이 추진 및 보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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