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代案 세종시, 民官委 아닌 政權의 명운 걸어야

  • 동아일보

정부가 어제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민관합동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세종시 대안(代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과 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과학 메카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 세종시’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에서 비롯된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 원안은 이로써 근본적인 리모델링 과정에 들어갔다. 세종시 전체사업비 22조5000억 원 가운데 24%인 5조5000억 원이 이미 투입됐다고 하지만 토지보상과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간 돈일 뿐이다. 화가로 치면 이제 캔버스를 차려놓은 것에 비유할 수 있고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지금부터다.

행정부를 서울과 세종시로 분산하는 것은 국가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충청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많은 전문가와 정부의 판단이다. 세종시는 충청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손(子孫) 세대까지 온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시위나 거리투쟁 같은 우격다짐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민관위가 제시할 새 청사진을 앞에 놓고 국민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밟는 게 옳다.

정부로서는 전(前) 정부 때 입법 절차를 거친 도시계획을 수정하는 일인 만큼 지역주민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힘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민관위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배수진을 쳤다는 각오로 ‘대안 세종시’ 추진에 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행정수도 이전과 행정중심 세종시 건설에 반대했지만 지난 대선 때는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몇 차례 밝혔다. 그런 만큼 결국 이 대통령이 나서서 ‘왜 누구를 위해 세종시 건설계획을 수정해야 하는지’ 더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 수십조 원의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세종시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국가자원 배분이며 충청 이외 지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지, 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

‘대안 세종시’는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국가 백년거점(據點)’의 하나가 돼야 한다. 세종시에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려면 자발적으로 가고 싶어 할 만큼 확실한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안 세종시’ 추진이 좌절되면 MB 정권은 조기 레임덕에 걸릴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이 세종시 문제 하나 때문에 헝클어지는 사태는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대안 세종시’에 국가의 명운과 함께 정권의 명운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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