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짝퉁’ 보상은커녕 고지도 않는 대형오픈마켓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최근 한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에 전화를 걸어 ‘폴로 랄프로렌’ 티셔츠를 정품으로 속여 판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너무 많아서 파악하기 힘든데요.”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판매자는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 씨”라고 특정해 다시 물어봤다. 담당자는 “수사 기관에서 혐의를 두는 사례가 워낙 많아 더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과 한 달 전 사건이었다. 인천본부세관은 9월 초 미국에 사는 아들과 짜고 가짜 폴로 티셔츠를 국내에 들여와 해당 오픈마켓에서 장사를 해 온 판매업자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세관에서는 정품인증서를 정교하게 위조해 통관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 22일자 A12면 참조 수입면장 - 인증서 위조… 요즘 ‘짝퉁’ 세관도 통과

앞서 5월경에도 닮은꼴 사건이 있었다. 수입업자가 위조 서류로 세관까지 통관시킨 가짜 폴로 티셔츠를 온라인 몰에서 유통시키다 적발된 비슷한 사건이었다. 판매처가 대형 오픈마켓이 아닌 소규모 온라인몰이라는 점만 달랐다. 이 작은 차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결과로 돌아왔다.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파는 ‘원어데이’라는 작은 쇼핑몰은 판매했던 제품이 상표법 위반 혐의를 받자 곧바로 회원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법원의 최종 판결에 앞서 물건을 산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에 나서 상품가격의 3배를 현금으로 돌려줬다.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대형 오픈마켓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어렵사리 사건 경위를 파악한 오픈마켓 측은 “세관에 적발돼 판매자의 판매권한을 중지했지만 최종 결론은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문제의 상품이 세관에 적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곳 소비자들은 보상은커녕 ‘짝퉁’ 티셔츠를 구입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오픈마켓 4곳에서 적발된 위조품 판매건수는 1만505건, 액수로 따지면 85억 원이 넘는다. 한 해 1만 건이 넘는 위조 사건이 관계 기관에 적발되지만 소비자가 그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쇼핑몰에 등록된 상품이 400만 건이 넘는데, 상품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TV를 켜면 인기스타를 앞세워 ‘믿고 구매하라’는 오픈마켓의 광고가 넘쳐난다. 문제의 폴로 티셔츠 사건이 법원에서 최종 위조 판결을 받게 될 그때, 해당 대형 쇼핑몰이 어떤 자세를 보일지 소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강혜승 산업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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